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유가 Oct 19. 2020

자가격리 D+10. 고마운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어제 보낸 사식이 도착했다고. 아니 벌써? 정말 이렇게 이른 시간에? 시계를 보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새벽 배송이란 엄청나군. 박스 안에는 콜드 브루 원액과 고급진 페이스트리가 들어있었다. 와우.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고, 아침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얼음을 꺼내 커피를 만들고, 페이스트리를 잘라서 접시에 담았다. 아,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카페인인가!


커피를 인스턴트로 주문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건 커피가 아니다. 격리를 해 본 다른 친구는 배달 앱으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최소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3잔씩 주문했다고는 하지만. 하루에 어차피 3잔 정도는 마시니까 상관없다나. 하지만 얼음 가득한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은데, 3잔을 배달시키고 싶진 않다. 그 와중에 친구가 '사식'으로 넣어준 이 콜드 브루 원액은 감동이었다.


친구가 골라 보내준 이 콜드 브루는 향이 좋기로 유명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더치커피인데, 그 향 때문이다.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더치보다는 콜드 브루를 주로 판다. 더치는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가성비가 좋지 않은 반면에 콜드 브루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니까 이해는 한다. 이 콜드 브루는 향이 더치만큼 좋아서 좋아한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는 집에서 핸드드립만 마셨고, 한국에 와서 격리가 시작되면서 커피나 차는 한 잔도 마시지 못했다. 비록 이 작은 원룸 안에 갇혀 있지만 카페인의 힘을 빌어 오늘 더 열심히 살아보자.ㅋ


내 친구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아직도 한국에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내 주변이 이토록 센스 있는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시작되고 인간관계가 변했다는 말을 했다. 나도 코로나 덕분에 격리하면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걱정해주는 친구들과 먹고 싶은 걸 보내주겠다는 사람들, 문 앞에 먹을걸 직접 배달하겠다는 사람들까지(멀어서 안된다 이놈들아). 이렇게 진 빚을 언젠가 갚을 날이 오기를.


오늘 새벽에 도착한 사식.


커피는 정말이지 너무 맛있었다. 앞으로 남은 격리 기간 동안 매일 마실 만큼 충분하니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 자가격리 D+9. 격리 중에도 주말은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