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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Apr 07. 2024

제주 시골 살기

상덕천

제주 시내에 살다가 시골로 왔다.

무려 제주 시내에서 40분이나 운전하고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40분이면 가깝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제주에서 40분은 체감상 서울에서 천안 가는 거리라고 느끼게 된다.

KTX 타면 서울에서 천안까지 30분 걸린다고 출퇴근 30분 거리라고 했던 탕정 회사 면접할 때 과장이 생각난다.


시내에 살 때는 차를 거의 타지 않고 다녀서 한 달 주유비가 5만 원을 넘지 않았는데 여기 오니깐 20만 원이 넘는다. 운전 못해서 지루했는데 운전 많이 해서 아주 좋다.

집에 오는 길이 어디로 놀러 가는 느낌이 난다. 가로등도 없고 지나가는 차도 없고 비는 오고 깜깜하고 아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배달이 안 되는 동네에 살고 있다. 

시내 살 때는 배달할 때 고민이 있었다. 너무 많아서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해야 하는데 여긴 아예 없으니깐 고민이 없어져서 정말 좋다. 원래 배달도 많이 시켜 먹지는 않았는데 막상 없으니 다이어트도 되고 아주 좋다.

집 앞에 버스 정류장도 있다. 

시내 살 때는 아무 버스나 타도 되는데 여긴 시간 맞춰 40분에 한 대씩 지나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도 많이 타고 다니지 않았지만 그래도 버스 타기 위해 정시에 나가야 해서 시간관념도 좋아지고 있다.


시골 사니깐 긍정적인 면이 많다.

밤에 별이 보이고 (사실 난 네온사인이나 간판을 좋아한다.) 조용하다.

이사 온 지 3개월 정도 지나가는데 계속 비 오고 바람 불고 어쩌다 한번 해나는 동네다.

올해 제주는 물속에 있는 것 같다.


2층집 (2층을 다 쓴다는 것은 아니라 2층에 우리 집 1층은 모르는 사람집)에 있어 옥상을 내 마당같이 쓸 수 있다. 그래서 옥상에서 바비큐도 해 먹는 엄청난 꿈을 꿨는데 절대 안 된다.

바비큐 해 먹으러 육지에서 놀어온 사람 따라서 펜션 가서 해 먹었다.

여기 옥상에 풍력발전소 유치해도 된다. 바람이 어마어마하다.

텃밭이라도 해볼까 하는데 옥상이 허락하지 않는다. 비바람이 옥상 출입을 막고 있다.


배달이 아니라 가서 포장해 와서 이렇게 먹고 있다.

동네 이사 왔다고 해삼 내장까지 서비스로 주는 시골 동네다.

전복, 뿔소라, 멍게, 홍해삼까지 4종세트가 4만 원이다.

세팅은 집에서 내가 해야 한다. 


그래도 동네 풍경은 유채꽃도 피고 좋다. 이건 우리 집 옆 연수원 가서 찍은 건데 우리 정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집에서 대문까지 멀다고 느끼려 한다. 우리 집 대문은 제주 공항이다.

집이 좀 넓다. 대문에서 현관까지 차 타고 50분이다. 

예전 집은 공항까지 20분도 안 걸렸는데 그래도 일찍 나가야 해서 강제로 아침형 인간이 돼 가고 있다.


풀옵션 원룸에서 살다가 방만 있는 방만한 집으로 오니 가구와 가전을 다 사야 했다.

냉장고랑 세탁기 만들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비싸게 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원가 계산을 해봤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만들 수 있는 공정이 없다.


제주대학교는 가까워서 40분 내로 갈 수 있다. 이젠 40분이 가깝다고 느껴지고 있다.

벚꽃이 만개했다는데 천만 개도 넘게 피었다. 하지만 이제 다 졌다.

꽃이 열매를 이기지 못해서 졌다고 한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훌륭하신 분이 알려줬다.

진다고 슬퍼하지 말자.


시골 있으니깐 글 쓰는 시간도 없이 바빴다.

제일 바쁜 일이 이동이다. 운전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100배는 늘은 것 같다.


다시 옥상 가서 삽질해야 한다. 

삽도 사 왔다. 

삽질해야 해서 더 이상 못 쓴다.

상덕천 이야기 계속 쓸까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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