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멀리 있는 아들들
눈! 하고 생각하면 강원도를 떠올릴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선 눈이 없는 강원을 봤다. 집에 오니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눈이다. 내 책상 너머에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새삼 멋지다. 2019년 초 나의 졸업 축하잔치 겸 우리 집에서 모였던 모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세 자매의 부부가 모두 모였던 것이. 어젯밤에 남편의 주선으로 갑작스러운 모임이 성사되었다. 여행 중이었던 우리 모두는 그대로 우리 집으로 큰 형부는 남편이 모시고 왔다. 연말이라고 집에 온 둘째 아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근 4년 만에 완전채로 뭉친 회포를 풀었다.
60부터 70까지 평균나이 66세
예전만큼 끔찍한 술판을 벌이지도 못하는 체력들. 우리의 남은 날들을 누가 예측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니 형제들이여 우리 각자의 삶에서 건강하게 살면서 가끔씩 만나 멋진 여행을 하십시다. 즐겁게 한 번 살아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남편도 큰형부도 절제했기에 즐거움으로 파티가 끝났다. 나도 술을 좀 마셨지만 아침이 상쾌하다. 하늘은 잔뜩 흐렸다. 또 눈이 올 것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월요일 주사를 맞으러 외출했다 오면 다음 주까지는 공식 외출이 없으니 추워도, 눈이 와도 상관없다.
매일아침 생각나는 대로 노트를 메우는 일이 쉽지않다. 여행으로 인해 흐트러진 환경 때문 일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은 더욱 어렵다. 습관도 되어야겠지. 횡설수설하더라도 쓰고 또 쓰고 하다 보면 뭔가 이루어질 것 같다. 그래 나도 뭔가 성과가 있어야 되지 않겠나. 인생의 성과. 새로운 TV프로그램 미스터트롯 2가 시작되었다. 3년 전쯤 어느 밤 미스터트롯에서 임영웅이 '바램'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완전히 빠져버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수 덕질을 시작했다. 나의 덕질은 소심하여서 나 혼자 가수의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응원하고 궂즈를 사 모으는 정도의 덕질인데 남편도 아이들도 응원해 주니 외롭지 않은 덕질이다. 첫사랑이다. 가슴 졸이며 응원하며 키워낸 내 가수다. 그렇게 멀리 아들 하나 키우는 거다. 만질 수 없는. 그런 아들이 하나 또 있다. 욘리드. 인도네시아.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후원금. 처음 시작할 때는 아기였는데 어느덧 청소년이 되어간다. 세상이 연결해 준 아들들이다. 남을 돕겠다는 마음은 작정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느 순간 마음을 톡 건드는 무엇이 생기면 바로 행동으로 옮겨진다. 늘 불쌍하고 늘 돕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내 경우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