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글자 에세이쓰기 25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나에게 받는 선물이 가장 즐겁다. 예전에는 퇴근길에 쇼핑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핸드폰을 열고 클릭만 하면 간단하게 선물할 수 있다. 요즈음은 쇼호스트들 입에서도 “자신에게 선물하세요”하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자랄 때 받았던 선물은 생각나지 않는다. 선물을 받을 만큼 풍요로운 환경이 아니어서 그랬을 거다. 크리스마스가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산타를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을 때였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 엄마가 사 온 꽃다발이 선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건 그냥 받는 것으로 생각했다. 살면서 그렇게 선물이지만 선물인지도 모르는 것이 많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내게 오고 잘 자랐고 자신의 삶을 살고 있고 이 모든 것이 선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어젯밤 잠든 내가 잿빛 하늘이 뒤덮고 있는 오늘 아침에 무사히 당도한 것도 선물이다. 이 아침에 갖가지 게발선인장꽃이 활짝 핀 채로 나를 향하고 있는 모습은 즐거운 선물이다. 며칠 전에는 생일 선물로 ‘제습기’를 받았다. 선물은 알고 받아도 모르고 받아도 좋다.
등단 시인이 된 기념으로 남편과 함께 멋진 가죽 코트를 한 벌씩 선물 받았다. 셀프다. 지친 삶에서 나를 건져 올릴 때 내가 사용했던 방법은 ‘셀프 선물’이었다. 졸라매던 허리띠를 조금 느슨하게 매기로 했다. 쇼핑하는 것뿐이지만 나를 위한 선물로 포장했다. 어떤 날은 파스타 한 접시, 피자 한 판이 선물이 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근사한 원피스 한 벌이 선물이 되기도 하고. 요즈음 나의 선물은 책이다. 선물을 주고 싶은 순간은 자주 생긴다. 오늘 하루를 열심히 잘 살아낸 내게 주는 선물도 있다. 시집 한 권이면 된다. 조금 우울한 나에게는 화원에서 예쁜 꽃 화분을 선물한다. 달콤한 빵을 한 보따리 선물하는 날도 있다. 나의 셀프 선물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사는 것 같지만 엄연히 선물이다. “그래 너 고생했어. 내가 선물 해줄게” 이럴 때 신난다. 즐겁다. 기쁘다. 선물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