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날까지 같이 가세_진시몬의 <보약 같은 친구>
코로나 시국에 온 국민을 결집시킨 <미스터트롯> 결승전,
임영웅, 영탁, 장민호, 정동원...
이름만 불러도 팬덤의 함성이 가득한, 숨 막히는 긴장감...
그 와중에 기분이 싹 풀어지며 허허실실 웃음을 터뜨리게 한 무대가 있었다.
결승에 오르지 못한 일곱 명이 ‘레인보우’라는 이름으로 부른 〈보약 같은 친구〉.
당사자가 아니라서인지 어깨에 힘이 쫙 빠져 있었고,
누구보다 자유롭게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화면 너머까지 전해졌다.
합격과 탈락을 가르는 살벌한 과정 속에서
서로를 친구라 부를 수 있게 된 사람들이 보여준 여유.
그 동료애 덕분에 ‘보약 같은 친구’라는 제목은
그날따라 더없이 진실하게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자네는 좋은 친구야.
노래의 첫 가사다. 애인도 아니고, 부모도 자식도 아닌데
눈뜨자마자 떠오르는 친구라니, 얼만큼 특별한 존재일까.
동요처럼 순수한 가사에 절로 웃음이 났다.
친구라는 단어가 이렇게 설레는 말이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노래는 또 이렇게 고백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두 사람, 전생에 인연일 거야.
자식보다 자네가 좋고, 돈보다 자네가 좋아.
부모님 세대의 어떤 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이 들면 자식도, 돈도 소용없다. 결국 친구가 최고다.”
퇴직 후 친구들과 산과 강으로 떠나 낚시를 즐기고,
여행지에서 환하게 웃는 부모님 세대의 사진들이 겹쳐졌다.
왜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보약 같은 걸꺼.
10대의 우정은 친구들과 함께 노는 ‘나 자신’이 중요하니 여러 무리에 섞여 돌다가..
20대엔 대학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 연애감정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
30대, 40대에 들어서면 취업과 결혼, 육아가 삶을 압도하며 이제야 어른이 되나 싶은데...
그런 세월의 굴곡을 함께 버텨내며 곁을 지켜준 사람이라면,
비로소 ‘보약 같은 친구’라 부를 수 있지 않나 싶다.
<보약 같은 친구>는 2012년 10월 12일, 진시몬이 직접 작사·작곡해 세상에 나온 노래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래자랑 심사를 보던 중, 진시몬이 한 출연자에게 응원 온 사람들이 누구냐고 묻자
“보약 같은 친구!”라고 말하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가벼운 한마디가 곡의 씨앗이 되었고, 그렇게 태어난 노래는 곧 그의 인생곡이 되었다.
성인가요 차트에서 51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노래교실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 중 하나가 되었다.
친근한 멜로디와 가사는 세대를 넘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무대 위의 진시몬은 화려하지 않다.
간드러진 목소리를 가졌지만 결코 그것을 내세우지 않는 절제된 표현,
강약 조절과 완벽한 리듬감, 모든 노래를 쉽게 쉽게 부르는 노련함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
‘친구’라는 흔한 단어가 그의 노래 속에서 오래 마음에 남는 울림이 된다.
사랑도 해봤고, 이별도 해봤지. 사는 거 별거 없더라.
언제 갈지 모르는 인생, 우리 둘이서 웃으며 살아가보자.
사는 게 별거 아닌 걸 알아가는 게 어른인 것 같다.
그걸 모르던 때 만난 친구들이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10년, 20년 전 이야기를 질리지도 않고 무한 반복하며
배꼽 빠지게 웃을 수 있는 사람.
힘들고 열받는 순간에 나보다 더 분노해주는 사람.
그들이야말로 내 인생의 진짜 보약이다.
문득 2075년쯤.. 되는 어느 가을날을 상상해본다.
은빛 머리카락을 곱게 빗은 내가 노래교실에서 신나게 손뼉을 치며
<보약 같은 친구>를 부르고 있다.
억지로 끌려온 친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날 째려본다.
귀에다 대고 내가 말한다. “마치고 내가 니 소주에 순대 사준다”
친구는 다시 활짝 웃으며 손뼉을 빠르게 친다.
우리 그날까지 서로 건강하고 무탈하기를 바란다.
보약 같은 친구와 함께라면, 인생은 조금 더 가볍고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