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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Aug 11. 2023

참새의 어머니

폭풍우가 쏟아지는 밤이다. 비가 오니 시원하다. 낮에 간식을 사려고 편의점에 가는 길 우산이 뒤집어졌고 거센 빗줄기가 우산을 뚫을 것 같았다. 비둘기와 까마귀들도 다 도망갔다.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논문을 1편 완성해서 마악 투고하였다. 올해 두 번째로 쓴 소논문인데 연구 지원을 받은 논문이라서 어깨가 무거웠던 것 같다. 지금 푸바오 목에 감긴 상태… 아이고, 소리가 나온다. 그래도 끝나서 다행이네!


일주일 동안 새벽 5시, 늦어지면 6시에 잤다. 눈은 붉어지고, 두통은 심하였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다. 나는 국문과가 아닌 문예창작학과를 갔는데 국문과스러운 논문을 쓰고 있고, 한자가 많아 한자사전을 뒤지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는 근대 시기 자료를 연구하고 있다. 왜 나는 어려운 걸 하고 있는 걸까? 오, 신이시여! (아무도 시킨 사람 없는데…)


어쩔 땐 근대 문학이 재밌는데 어쩔 땐 재미없다.

이것도 변덕의 마음이지 싶다. 난 변덕쟁이니까. ㅎㅎ


그러나 논문이 완성될 때의 쾌감은 완성도와 관계없이 뿌듯한 것 같다. 문예창작, 창작을 하고 싶다. 하면 되는데,

왜 안 하고 있지? 밀린 숙제가 너무 많아서.


오늘 같은 경우는 해가 언제 지고 떴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후루룩 국수를 삶는 것처럼 삶아졌다…


어쨌든 결과물이 나오면 뿌듯하겄지?

논문을 쓰면서 문장이 엉켜서 안 만들어질 때 머리를 줘 뜯다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러자 머리가 풍차처럼 잘 돌아갔다. 이런 작은 달콤이 보상으로 나를 위하며 살아간다.


끝난 게 끝난 게 아닌 아직 줄줄이 밀려있다.

앞으로 두 개를 더 쓰고 한 개는 1년 동안 또 시작된다.


미루는 습관을 갖지 말자고 다짐 또 다짐을 한다.

나의 미루는 습관이 나를 힘들게 하였기 때문이다.


오늘 편의점에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편의점에서 식사를 못하고 밖으로 쫓겨난 배달원을 보았다.

태풍에 몸이 날아갈 지경인데 배달을 시키다니, 양심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커다란 헬멧을 쓰고 허겁지겁 점심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 날씨에 누가 배달을 시킨 거야?

나도 먹이가 똑 떨어졌지만, 호기롭게 손가락을 놀리며

배달할 수 없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내가 잘났다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으로 돌아간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겠지?



아무튼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그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내가 좋아하는 시 가네코 미스즈의 시 중 이런 시가 있다.


어린이가 참새를 장난으로 잡는데 참새의 어머니가 보고 눈물을 흘리는 시이다. 꼭 그게 생각났다.


어머니는 자식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참새의 어머니처럼.


참새는 귀여운데, 비둘기와 까마귀의 어머니도 있을 건데 왜 다른 느낌이 들지? 그만큼 문학에서 그려지는 이미지가 참 중요하다. 그리고 평소에 두 새들은 너무 우악스럽다.


나는 새를 무서워하는 편인데 오늘 편의점에서 귀엽고 신비스러운 앵무새를 보았다. 편의점 직원이 키우는 앵무새였는데 하트눈을 하고 앵무새를 키우는 얘기를 들려주는 직원이

태풍 오는 날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데 “여기서 드시면 안 돼요.” 할 때 놀랐다. 원칙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사랑스러운 그녀의 앵무새를 대할 때의 눈빛과 말투가 아니었다.


아무튼, 아무튼 거리는 걸 보니 이제 일기를 마칠 때가 온 것이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짹짹


(내일은 가스검침원이 온다는 문자를 받았다. 태풍도 오는데 좀 쉬지. 없는 척할까? 지금 이 순간 이게 젤 걱정스럽다. 왜냐면 거실 방이 책들로 엉망진창이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 아놔, 내일 아침 청소해야 돼?

평소엔 깨끗하지만 논문 쓸 땐 어쩔 수 없다.

다들 이렇게 공부하는 걸까? 아니면 얌전히 공부할까?)


그 가스검침원은 꼭 어지러울 때 등장을 한다.

유일하게 내가 집에 들이는 모르는 사람이다.


나 지금 소설 쓰고 있냐?

어서 끝내고 드라마를 쓰고 싶다. 이 꿈은 포기 못할 나의 꿈.


절대 못 놓는다 ㅎㅎ

그냥 쓰고 있지 않아도 이 상상을 하면 행복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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