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세컨드 하우스로 우리가 낙점한 곳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였던 네 번째 후보지 매물이었다.
탐나지만 비용적인 문제로 가질 수 없었던 세 번째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우리가 기다리던 추가 매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우리는 마음을 접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의 나와 내 주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해보자면 부동산 계약은 매도자와 매수자 둘 중 누군가라도 사정이 급한 자가 있다면 거래가 보다 수월하게 이뤄지는 듯했다. 이번 경우가 정확히 그러했다. 네 번째 후보지의 집주인은 새로 분양받은 신축 아파트로 입주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체 수리를 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갭 투자를 하는 자에게는 세입자를 직접 구해야만 하는 귀찮음이 존재했던 매물인 데다가, 인기가 없는 2층인지라 실거주자 입장에서도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탓에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집주인은 애가 타는 상황이었고 자연스럽게 거래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넘어왔다.
우리는 일반적인 매수자들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실거주이긴 하지만 주말, 공휴일에만 잠깐씩 머무는 세컨드 하우스이자, 강원도 일대를 여행하며 베이스캠프처럼 사용할 공간이라 머무는 시간이 '진짜 실거주자'에 비해 길지 않았다. 또 어차피 바다도 산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기에 뷰에 대한 미련이 없었기에 저층 매물이라는 단점이 우리에겐 크게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또 현재 고층에 살고 있었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저층에 대한 호기심이 있기도 했다. 실제로 1년 동안 살아보니 길을 걸으며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로 인해 담배냄새가 가끔 집안으로 들어오는 단점이 있긴 했다.간간이 집에 흘러들어 오는 담배냄새는 정말 끔찍했다. 아마 사시사철 달라지는 나무를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없었더라면견디지 못했을지도...
여하튼 계약을 앞둔 당시에 우리는 그 집에 매우 큰 호감을 갖고 있었고, 비용과 시간적인 여유가 넉넉지 않은 우리들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끌어갈 수 있게 주도권이 우리쪽에 넘어 온 상황은 말 그대로 호박이 넝쿨채 굴러 들어온 모습이었다.
1. 이사 전 일지라도 인테리어 업체가 방문했을 시 문을 잘 열어주기
2. 내부 확인에 있어 인테리어 시공사에 적극적인 협조 부탁
3.금액 네고
계약에 앞서 우리가 제시한 조건들이었다.
상대방이 우리가 제시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네고를 조정할 것까지 예상해서 실제로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큰 금액의 네고를 제안했는데 집주인은 이를 너무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조심스레 전화 상으로 말을 전하던 공인중개사도 몹시 놀란 눈치였다. 단번에 우리의 제안을 수락하자 잠시 '더 깎아 볼껄그랬나? '라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엔 정말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 바닥에도 상도덕이 있는 법. 일말의 아쉬움이 남긴 했으나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모두가 행복한 Win-Win이었던 거래였다.
거래의 시작이 좋아서였을까?
아니면 무엇이든 주인은 따로 있다는 라는 말처럼 이 집의 주인이 처음부터 우리였기에 모든 일이 잘 진행된것이었을까?
연고라고는 일절 없는 이 속초 땅에서 너무도 우연히, 마음에 쏙 든 인테리어 업체까지 일사천리로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