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매물 세 개는 모두 한 동네에 있었다. 바로 속초시 조양동. 신랑이 설명해주길, 속초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 조양동을 '속초의 강남'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도심 인프라가 밀집되어 있고 초등학교와 학원도 많고, 공원, 해수욕장의 접근성도 좋아 인프라와 교육, 자연경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지역인지라 속초시민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기가 있는 동네라서 '속초의 강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뭐래~?"싶었는데 신랑에게 설명을 듣고 실제로 조양동 일대를 둘러보니 바로 수긍이 갔다.
자존심 상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대부분의 주거시설이 아파트 단지 형태로 이뤄져 있었으며 초등학교들이 그 옆에 위치해있었다. 엑스포타워를 기준으로 길게 일자로 롯데슈퍼, 이마트, 다이소, 노브랜드 등의 각종 대형마트 및 생활용품 매장, 스타벅스, 맥도널드, 버거킹 등의 다양한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이 즐비했고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는 물론 심지어 산부인과까지 각종 병원과 약국이 밀집해 있는 것은 물론, 영화관, 도서관, 키즈카페 등 아이와 함께 갈 만한 곳도 지척에 퍼져 있었다.
속초 터미널이 있고 곧 있으면 개통한다는 KTX 역이 차로 15분 거리라고 했다. 여기에 플러스로 청초호를 품고 있음과 동시에 청초호 주변으로 호수공원, 유원지, 놀이터,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고 인조잔디와 육상트랙, 인라인 트랙이 설치되어 있어서 여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엑스포 잔디광장도 이 지역에 있었다. 유명한 속초해수욕장도 조양동에 위치해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바다랑 호수, 호수공원, 트랙을 갖춘 잔디광장이 지척에 있다니... 동네를 둘러보고 나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보다 훨씬 살기 좋아 보였다. 적당히 자연친화적이고, 적당히 도시적이고. 속초시민들 뿐 아니라 타지 사람인 내가 봐도 참으로 탐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동네였다.
이런 동네를 선별해 온 신랑의 안목에 박수를 보냈다. 다시 한번 신랑이 멋져 보였다. 아까보다 조금 더 후광의 빛이 강해진 것 같았다. 동시에 신랑이 뽑아 놓은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후보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 두 번째 후보지 (바다는 못 잃어.)
신랑이 두 번째 후보지를 보여주며 가장 먼저 한 말은 "속초해수욕장까지 도보 10분 컷"이었다. 그리고 이어졌던 말. "대신 메인 상권이 있는 엑스포 잔디광장에서는 조금 멀어졌어"였다.짜장도 먹고 싶고 짬뽕도 먹고 싶어서 짬짜면을 주문했는데 반반을 먹고 나니 짜장면이 조금 양이 적어 아쉽다고 느껴진 적이 있지 않은가? 혹은 짬뽕이 아쉽다거나. 지금이 딱 그랬다. 자연과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기는 하지만, 인프라가 살짝 아쉬운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이 두 번째 매물을 리스트에 올렸던 이유. 속초는 바다. 바다는 속초. 응당 속초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고자 한다면 바다는 잃을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신랑이 처음으로 속초에 세컨드 하우스를 매수하자고 했을 때 바로 떠올랐던 이미지가 '바다'였으니까. 우리가 이곳에 세컨드 하우스를 매수하려는 것은 '투자'의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 '힐링과 즐거움'의 목적이 조금 더 컸다. 일상에서 지친 마음과 시끄러운 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쉬고자 오는 것인 만큼 사람들이 서울에서 역세권 아파트를 찾듯이, 우리는 속초에서 바다권 아파트에 목을 맸다.
조양동 메인 상권 중심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치우쳐진 대신, 속초해수욕장에서는 가까워진 두 번째 후보지. 조금 전에 상권 전멸지를 다녀와서 그런 걸까? 아니면 속초 해수욕장 '도보 10분 컷'이란 장점에 반해서였을까? 두 번째 후보지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의 수준은 '기준 통과'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투자금액도 정확히 우리 예산 안이었고 층수도 마음에 들었다. 이곳이라면 '우리의 첫 세컨드 하우스로 안성맞춤이다'라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이견이 없었다. 물론, 세 번째 후보지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