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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gle May 25. 2023

삶의 불협화음을 극복하는 방법

「페터 카멘친트」, 헤르만 헤세

 「페터 카멘친트」는 사랑과 인간관계, 일과 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네 가지 삶의 요소는 꽤나 큰 연관성을 가진다. 사랑이 떠나가는 순간에 일이 잘 풀릴 수도 있다. 일을 하면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일 때문에 사랑을 놓치기도 한다. 사랑 때문에 술을 마시며, 일 때문에 또 마신다. 술에 취해 사람을 사귀기도 하지만 반대로 인간관계를 망쳐버리기도 한다. 「페터 카멘친트」는 카멘친트가 소년에서 중년이 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이 네 가지 요소의 불협화음을 보여주고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준다.


 사랑은 참 어렵다. 한 사람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카멘친트의 첫사랑도 그렇다. 본인이 느끼는 사랑은 그 무엇보다 대단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같은 마음이 아니라면 그 사랑은 본인의 마음에 덩그러니 남아 어떻게 할 줄을 모르게 된다. 또,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카멘친트는 사랑인 줄 몰랐다가 깨닫는 순간, 야속하게도 이미 그 사람의 곁에는 다른 사람이 생긴다.


 사랑이 이성 간의 사랑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느낀다. 고향에 계시는, 같은 카멘친트의 성을 가진 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들, 다리가 불편한 친구와 가까워지고 떠나보내며 느끼는 감정들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사랑은 인간 자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임을 깨닫는다.


 카멘친트는 살아가면서 어머니의 죽음, 금발머리 아이의 죽음, 아끼는 이의 죽음을 겪는다. 살아가면서 주변사람의 죽음을 겪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하나라고 생각하기에는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너무나 아프고 슬프다.


 일은 잘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쨌는 밥벌이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없다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느낄 수 없다. 너무 단호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 카멘친트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사랑과 여행, 인간관계는 없었을 것이다. 돈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있어야 삶의 이야기가 풀어져 나가지 않겠는가.    


 연어는 바다에서 살다 자신이 태어난 민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카멘친트의 삶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바다를 꿈꾸고 실제로 나가 살다가 여러 일들을 겪고 결국 고향으로 돌아온다. 나도 가끔 주말에 본가에 가는데, 묘한 안정감을 느낀다. 고향이라는 익숙한 풍경이 주는 절대적인 기분 좋음이 있다. 경전철을 타면 고향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이때만큼은 핸드폰보다는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면서 추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어쩌면 추억 때문에 기분이 좋은 걸지도.


 과연 카멘친트는 이 불협화음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바로 자연과 초연함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부정할 수 없다. 살아있는 것들을 보면서 안정감을 느낀다. 카멘친트는 자연 속에 있을 때 세상을 그대로 인지하며 가장 행복하다. 자연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받아들인다. 나도 그랬다. 일을 하다가 어느 선배가 얼마 전 회사에 있었던 화재에서 살아남은 다육이라며 선물로 주었다. 그게 왜 그렇게 감동이었는지 아직도 애지중지하며 모니터 앞에 두고 귀여워하고 있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함께하는 자그마한 자연이 이렇게 큰 감정을 줄지 몰랐다.  


 그리고 카멘친트는 초연함으로 격동의 감정들을 극복한다. 소설 중 이런 대목이 있다.

"내 삶은 어떤 의미이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수많은 기쁨과 슬픔이 나를 지나쳐 갔는가?" 아무 의미도 없으며, 어떤 이유로 기쁨과 슬픔이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

어떤 감정에 의미를 부여하면 더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또 괜찮아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여러 감정에 휩쓸리는 요즘, 가끔은 초연한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살아가는데 좋은 비법이지 않을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헤세가 기록한 음악 단상…'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이은정, https://www.yna.co.kr/view/AKR202201290461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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