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의 여름을 보내고 알게 되었다.
열세 살까지의 나는 여름을 평범하게 보내는 소녀였다. 무더운 8월 태어난 나는 생의 처음부터 여름과 함께였다. 여름엔 수박을 먹고 계곡에서 튜브를 타며 물놀이했다. 바닷가에서 처음 만난 아이와 함께 모래성을 만들고 다 같이 손을 잡고 해변에서 공포 영화를 보았다. 매년 여름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여름의 의미가 뒤바뀐 건 13살 무렵이었다. 여름은 내 삶을 파고들었다. 타는 듯한 열기, 숨 막히게 진득한 고온의 습기, 거세게 떨어지는 장마의 빗줄기, 너무나 강렬한 여름, 여름이 싫었다. 여름을 피해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매년 어김없이 여름은 돌아왔다. 여름은 늘 버거웠고 많이 아팠다.
스물두 번의 여름을 보내고 알게 되었다.
여름을 많이 사랑한다는 것, 여름을 많이 사랑했다는 것, 이 여름이 모두 나를 관통해야 했다는 것을, 여름은 사랑이었다. 모든 계절도 사랑이었다. 거기 담긴 사랑을 발견하고 기쁨에 콧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이 모든 여름과 화해하고 품에 안아 반겨주게 되었다.
나는 여름의 아이였어.
여름을 사랑하고 미워하다가 다시 사랑할 운명이었어.
스물두 번의 여름, 운명 기록집
2023년 가을 아침 문득 제가 꿈을 이미 이룬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꿈이 이루어졌어요. 꿈을 이룬 이의 하루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알게 되었죠. 그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른 차원, 다른 우주로 연결되는 경험입니다. 꿈을 이루게 되면 모든 곳에서 기쁨과 연결되죠. 꿈을 이루면 너무 행복한 나머지 꿈에 대해 말하고 싶고, 꿈을 돌려주고 싶고, 모두의 꿈을 깨우고 싶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모른 채로 오랫동안 꿈을 꿨습니다. 변치 않는 아름다운 꿈을 꾸면서도 꿈을 찾을 수 없어 절망했습니다. 꿈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아! 이게 나의 꿈이었어.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거야. 이게 내가 찾던 하나의 답이야!’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 꿈은 닿으며 허무해지는 신기루가 아니었어요. 그 꿈은 넘보면 혼쭐나는 저 너머의 높은 장벽이 아니었어요. 그 꿈은 잠시 고단한 현실을 달래는 진통제가 아니었어요. 그 꿈은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바닷물이 아니었습니다.
그 꿈은 날 때부터 저에게 속해 있었죠. 그 꿈은 언제나 저와 함께 있었죠. 그 꿈은 현실을 굳건히 걸어 나갈 힘이었고 모든 걸 사랑하게 만드는 의지를 주었죠. 그 꿈은 끝나지 않고 우주처럼 끝없이 펼쳐질 무한한 생명이죠.
꿈은 언제나 저를 기다리고 있었죠. 길을 잃고 방황하고 모든 걸 원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실망스러운 날에도 꿈은 한 번도 저를 재촉한 적 없었죠. 꿈은 묵직하게 인내하고 모든 걸 감싸 안으며 온화하게 미소 지어요. 꿈을 이루면 필요하고 갖고 싶던 충만함이 이미 여기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되죠. 꿈을 이루면 그 꿈을 세상에 나누고 싶다는 빛으로 가득 차버린다는 걸요.
꿈에 닿은 건 우연이 아니었어요. 용기를 지니고 빛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 꼭 이루어질 약속이었죠. 꿈은 정해진 저의 운명이에요. 그 꿈을 깨우는 게 저의 운명이었죠.
지금부터 저의 꿈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어둠으로 시작되지만, 빛이 되기 위한 이야기, 긴 잠을 자던 꿈을 깨우기 위한 분투기, 고통을 직시하고 아픔을 겪어야만 완성되는 지혜의 이야기, 그 끝에서 만난 하나의 사랑 이야기. 저의 내면과 제가 만난 우주에 대한 이야기, 결국 저를 똑 닮은, 제가 쓰고 싶고 쓸 수 있고 쓰여야만 하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여기 저의 운명과 사랑이 당신이 본래부터 지닌 사랑의 에너지를 밝히고 함께하기를. 당신의 꿈을 돕도록.
“네빌, 자아를 가지고 시작해야만 하네. 자아를 찾게. 자네가 이제껏 어떤 존재였는지 알게 돼도 부끄러워하지 말게. 자아를 찾아서 그것을 바꾸는 것을 시작하게.”
-세상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빌 고다드, 107p
운명을 믿게 된 건 내가 깊고 어두운 내면을 계속 탐색하는 탐험가였기 때문이다. 삶이 힘든 날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해석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원인을 밝히고 삶의 의미가 도출 때까지 내면을 탐구하는 작업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건 때론 놀이와 같은 즐거움을 주었고, 고유한 힘이었고 견딜 수 없는 몇몇 날 나를 지탱하는 마법의 동아줄이었다.
알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세계가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았다. 세계의 비밀을 알고 싶었다. 진실을 알고 싶었다. 우주가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었다. 삶의 진리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라는 우주를 알고 싶었다.
스물두 번의 여름은 스팀잇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