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번째 ©Myeongjae Lee
KE1023, B737-900
07:30, 탑승구 7, 좌석 50A
당초 계획은 금요일(9.6.) 하루 연차를 내고, 이른 아침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불안했던 대로, 금요일 10시에 배석해야 할 면담이 잡혔고, 10:30에는 외부 일정이 생겼다. 내부 면담 배석은 실무 직원이, 외부 일정은 내가 가는 것으로 일단 교통정리가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선이나 시간 모두 나름 나쁘지 않았다. 외부 회의는 점심시간 이전에 끝날 가능성이 다대해서 오후 반차를 내고 내려가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목요일 오후, 유관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16시에 업무 미팅이 추가되었다. 장소는 사무실.
이 정도 되니까, "아, 금요일에 가지 말라는 이야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토요일 아침 07:30 항공권으로 변경했고, 새벽에 일어나 지하철 첫 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최근 들어 항공 일정의 잦은 변경과 취소로 마음이 편치 않은 날이 많다. 직장인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고 그럴 수 있는 일이지만, 가끔씩은 짜증이 확 올라오기도 하고, 결국 내려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몹시 속이 상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런저런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차분하고 여유롭게 대안을 찾아 잘 대처해 내는 대인배가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아울러, 매번 불안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못 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안절부절하지도 말아야겠다 마음을 먹는다.
늘 어두울 때 다니다가 환한 아침하늘을 보고 날아가니 느낌이 또 좀 달랐다. 하늘도 구름도 예뻤다.
제주공항에서 급행버스를 타고 서귀포로 넘어가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찍은 사진을 훑어보는데, 사진을 찍은 지점이 어디 상공인지가 핸드폰 상단에 표시되었다.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있어도 사진 찍은 위치가 어디인지 표시가 되나 보다. 참으로 요망진 기술이다.
토요일 아침 몸을 실은 KE1023은, 김포공항을 이륙해 육지를 벗어난 뒤 제주시 추자면 예초리를 지나, 한수리, 협재리, 금능리, 다시 한수리, 대림리, 봉성리, 장전리, 도두이동 상공을 날아 용담이동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