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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Oct 04. 2022

우리 집만의 강점 육아, 자율성을 선물하기

워킹맘이지만 잘 키웁니다

첫째 아이를 지역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에 보냈다. 나름 이름이 알려진 혁신학교였는데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뛰어놀며 작은 규모로 대안적인 교육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이런 곳까지 찾아오는 가정은 대부분 교육이 큰 관심이 있었다. 부부 중 한 명은 아이를 양육하는 일에 온전하게 시간을 쓰는 가정이 많았다. 특히 첫째의 친구 엄마들은 대부분 전업맘이었고, 일을 하더라도 시간을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분들이었다. 15명의 1학년 엄마 중 하루 8시간 직장에 매인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내가 하는 일을 사랑했고 그 일을 통해 내 세계를 키워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단단하게 내 입지 다지고 심지를 굳혀갔다. 코로나 시국에도 직장 출근하며 아이 둘 의연하게 어린이집에 내려주던 나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은 사정이 달랐다. 돌봄의 시간이 너무나 짧아진 거였다. 오전 9시에 시작하면 길어봤자 오후 1시에 데리러 가야 하는 상황. 당연히 돌봄 교실과 방과 후 교실을 신청했는데, 아뿔싸, 돌봄 교실을 신청한 친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 친구들은 학교 마치고 엄마 또는 아빠가 지켜보는 가운데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학교 옆 개울가에서 멱감고 하는데, 내 아이는 또 다른 교실로 들어가야 했다. 학기 초 아이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오늘은 일찍 데리러 오면 안 돼?"였다. 2시간 먼저 퇴근하는 육아시간을 쓸 수 있었지만 마치고 열심히 달려가 봤자 오후 3, 4시. 친구들은 집에 가고 난 후였다.


학교는 자동차로 15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3월 한 달은 아침 일찍 데려다주었다. 담임선생님께서 버스를 타고 출근하니 같이 타고 가자고 먼저 먼저 말씀해주셔서 4월부터 버스를 탔다. 사랑하는 선생님이 계시고 교통카드 사용해서 버스 타는 것이 재미있었던지 아이는 버스를 잘 탔다. 감사한 일이었지만, 안개 낀 이른 시간부터 정류장에 아이를 내려주고 버스 타는 아이를 바라보니 마음 한 켠이 시려왔다.  



담임선생님과의 첫 상담 날,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아이는 학교생활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하셨고 내가 볼 때도 큰 문제없이 밝게 생활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미안함이 터진 거였다. 얼마 전 공개수업 날 다른 부모님들은 모두 오셔서 운동장에서 아이와 체육활동을 했는데 우리 아이만 엄마 아빠 없이 수업한 상황이 소화가 안 되기도 했다. 정년퇴임을 4년 앞두신 엄마 뻘 선생님의 다정한 말투에 괜찮은 척 감추고 있던 마음을 놓아버렸다. 휴지로 눈물을 연신 훔치는 나에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 우린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주도록 해요."


선생님께서도 학교에서 일하느라 본인 아이 공개수업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아이가 잘 자랄 거라 믿으며 줄 수 있는 것을 주었다고 했다. 바로 '자율성'이었다. 자유롭게 키운다는 것과 방목하는 것의 차이는 아이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분명하게 들어주고 지원해주는 자세이고,  어쨌든 아이는 자율성을 가지고 잘 자랄 텐데, 일거수일투족 챙겨줄 수 없음에도 잔소리로 아이를 통제하려고 드는 것만 조심하자고 하셨다.


오랜 교직 경험과 함께 깊은 명상생활을 해오신 선생님답게 마음을 울리는 지혜를 전해주셨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 다시금 마음의 입지를 다졌다.



아이의 강점을 부각해 육아하자는 의미로 '강점 육아'라는 단어를 요즘 자주 쓴다. 나는 우리 가정이 가진 '강점'으로 아이를 양육하기로 했다.


-일하는 엄마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강점 '자율성'을 선물하기. 스스로 버스 타고 내리며 시간을 조율해서 자신의 일과를 다루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성장할 것이다. 이 능력이 인생을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가게 해주리라 믿는다.


-아이가 도움을 원할 때는 즉각 반응하기. 퇴근하고 아이와 1시간, 퀄리티 타임으로 정해 얼굴을 보고 놀거나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오늘 있었던 일과 느낌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웃음과 스킨쉽으로 놀다보면 못 만난 시간들이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는다.


-잔소리로 통제하지 않기. 같이 있어주지 못 하면서 엄마가 부재한 시간까지 컨트롤하면 안 된다. 해야할 일들은 알려주되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려고 애쓴다.


2학년이 된 아이는 여전히 밝게 생활하고 있고, 나는 나의 일을 사랑으로 이어가고 있다. 굴곡 있는 파도처럼 쉬울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다. 그때마다 최선으로 헤쳐가며 삶의 무늬를 새기고 있다. 전업맘이라고 어려움이 없을까, 그들은 자신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고 전업맘의 강점으로 아이를 키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모두 '강점 육아'를 해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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