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부터 실업자가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생활을 옆에서 여유롭게 지켜보고 싶은 까닭이 가장 컸다.
워킹맘에 주변 친지 도움 없이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삶은 시간 거지의 일상이었다. 척척 착착, 손발을 맞추지 않으면 일순간 톱니바퀴가 빠져버리기에 매 순간 긴장하며 손잡이를 돌렸다. 만 4년을 이어온 직장생활의 빠듯한 쳇바퀴를 벗어나 다시금 나를 돌아보고 그다음 스텝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맞벌이로 살다가 남편의 외벌이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겠다 싶은 것은 그동안의 내 급여는 90% 저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월급을 대부분 저축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돌아보니, 5년 넘는 전업주부 시절 동안 남편의 (소소한) 월급만으로도 빚 없이 살아본 생활습관 덕분이었다. 시골에 살기에 수렵채집하면서 냉장고 파먹으며 절약해 온 루틴이 몸에 배어있었다. 그동안도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 1년까지는 남편이 번 돈으로 생활할 수 있으리라. 6개월 동안 나오는 고마운 실업급여도 있었다. 그렇게 퇴사까지하게 되었다.
어느새 10월이 되었고 만 6개월이 지났다.
어제는 1년 전에 들어놓은 적금 만기일.
금리 4.2% 월 100만 원씩 넣는 적금이었는데, 실업급여를 받으면서도 만기까지 놓치지 않고 돈을 모았다. 실업급여로 받은 금액까지 일정 부분 저축한 셈이다. 은행 가서 만기 된 통장을 손에 넣는데, 스스로 참 대견하다 싶었다. 어떻게 보면 궁상맞다는 생각도 들지만, 돈을 벌어보니 물건을 고르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냐 좁아지냐의 문제이지, 먹고 입고 자는 삶 자체는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펑펑 쓰나 알뜰살뜰 절약하나 나는 그대로 나이기에.
목표액을 모으는 나의 방법은, 저축할 금액을 먼저 묶어두는 것이다.그리고 남은 금액으로 생활해 나가는 것. 내 쓸 것 다 쓰고 돈 모아야지 하면 마트 몇 번 안 간 것 같은데도 돈을 신기루처럼 빠져나가게 된다. 당연히 가계부는 써야 한다. 아주 단순한 방법이다.
시드머니를 모아서 하고 싶은 꿈이 있기에, 급여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을 때는 적은 대로 꾸준히 저축하고 있다. 자연에 살면서 충분히 시간을 향유하고 사람들과 풍요로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 그러기 위해 수단으로써의 돈이 필요하다.
추석을 보내고 오니 친척들 중 누구는 사업이 잘 됐다더라, 이민 가서 잘 나가던 고향동생은 몸이 아파 돌아왔다더라, 이런저런 소식들을 들게 된다. 각자 인생의 흥망성쇠를 들으며 부럽기도 하고 안 됐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스쳤다.
나는 그저 나답게 지금의 시간을 누리며, 내 삶의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 검소하고 깔끔하게, 또 풍요로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