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회사를 다닐 때 일이다.
아버지는 새벽까지 거실에서 반주를 하며 티비를 봤다.
아버지에게 물었다.
언니 기다리는 거야?
응.
늦은 밤에 집에 들어왔는데
불 꺼져 있으면 기분 좀 그렇다.
나는 방에 들어가 잠을 잤다.
거실의 불빛
작게 틀어놓은 티비소리가
소곤소곤 들렸다.
집이 있다.
집이 있는데 집에 갈 수 없었다.
모두가 잠든 밤,
불도 꺼지고 소리도 꺼진,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시간이 되면
집엘 갔다.
도둑고양이 같네, 생각했다가
도둑고양이는 집이 없으니
난 도둑강아지네, 하고 웃었다.
아무도 없는
빛도 소리도 사람도 없는
어둠 속에서만
집에 갈 수 있었다.
언젠가부터 집에 불이 켜졌다.
왜 켜진지 몰랐다.
빛도 소리도 사람도 없는
어둠 속에
작은 불 하나가 켜졌다.
늦게 귀가하는 다른 가족을 위해
켜둔 불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도둑강아지니까.
낮에는 집에 가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이다가
밤이 되어야 잠시 왔다 사라지는
도둑강아지니까.
어디로 가야하는지 몰랐다.
나의 빛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데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아니 어떻게 가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빛도 소리도 사람도 없는 시간이 오면
집엘 갔다.
그때만 보였다.
나의 빛이 어디 있는지.
모든 빛이 꺼졌을 때 비로소
나의 빛이 어디 있는지 보였다.
너가 켜둔 작은 빛.
낮과 밤이 어긋났다 믿었던 시간 속에도
그 빛은 켜져 있었다.
빛을 보지 못한 건 나였다.
빛 속에 있던 나였다.
어쩌면 나의 빛을 보게 하려고
넌 모든 빛을 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날 기다렸던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