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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나쁜 놈들과 착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좋든 싫든 그들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 보통 나쁜 놈들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좀처럼 구별하기 어렵지만, 특별하고 긴박한 상황이 닥치면 곧바로 본색을 드러낸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마주하는 선한 것들과 악한 것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눈앞에 보이는 표정과 손길, 목소리와 체온, 그리고 오감으로 전해지는 수많은 요소들이 한 사람을 형성해 나간다.
누군가의 삶이 안정적이라면 평생 극단적인 상황에 맞닥뜨려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내면에 어떤 나쁜 기운이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주변의 누군가를 단정적으로 ‘착하다’, ‘나쁘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일일이 명암을 따지기보다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함께 살아간다. 괜히 규명하려 들다가는 불편한 오해를 만들거나 스스로 지쳐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폭을 좁히고 횟수도 줄여가는 것이다. 결국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회든, 심지어 우리 마음속이든, 착한 기운과 나쁜 기운은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할은 언제나 같다. “나쁜 놈이 뭔가 저질러 놓으면 착한 이들이 그것을 해결한다.”
가족
구성원이 단출한 핵가족이 아니라면 어느 집안에나 문제와 갈등이 존재한다. 특히 상속의 시기가 오면 갈등은 절정에 이른다. 상속 문제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애 좋던 집안도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나곤 한다. 부모가 건강하게 살아계실 때에는 갈등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지만,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욕심은 곧 불신으로 번진다. 그럴 때 어김없이 나쁜 놈이 나타난다. 공평하게 나눠야 할 유산을 독식하고, 결국 부모의 노후 생활비까지 다른 착한 형제들의 몫이 된다. 어느 집안이든 욕심 많은 한 자식이 사건을 저질러 놓으면 나머지 형제들이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
직장
직장도 다르지 않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는 회사에 속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동료와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알량한 배경이나 노동조합의 힘을 빌려 대충 시간을 보낸다. 그 격차는 너무 크다. 성실한 이는 열의 일을 하지만, 어떤 이는 하나도 처리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그 차이가 인사 고과나 급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니 직장 생활은 ‘적당히 눈치만 보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이다. 특히 나쁜 놈들은 업무와 관련된 리스크를 저질러 놓고는 황급히 다른 부서로 도망친다. 그러면 남아 있는 착한 사람들이 그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결국 책임까지 고스란히 떠안는다. 어느 직장에서든 성실한 직원들이 나쁜 놈들이 저지른 문제를 해결하고 감당한다.
사회
현대 사회에서는 나쁜 놈들이 우선권과 기득권을 쥐는 경우가 많다. 권력을 이용해 죄 없는 사람을 감옥에 가두기도 하고, 조직이나 종교의 힘을 빌려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런 부당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들은 힘이 약하다. 그래서 시민단체를 만들거나 집회를 통해 알리려 하지만, 기득권자들의 억압과 횡포는 끝이 없다. 결국 사회 구성원들은 지치고 무관심해진다. 언제나 그렇듯, 이기적인 나쁜 놈들이 만든 부조리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건 착한 시민들의 몫이다.
역사
역사 속에도 수많은 참혹한 사건들이 있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 정권은 국민의 25%인 250만 명을 학살하거나 굶겨 죽였고, 일본의 군국주의를 이끌었던 도조 히데키는 약 500만 명의 민간인을 죽였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비롯한 소수 민족을 학살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1,7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스탈린은 대숙청으로 2,300만 명을 죽음으로 몰았다. 마오쩌둥의 정책은 약 7,000만 명의 희생을 낳았다. 그 이름만 들어도 참담하다. 인류 역사에서 나쁜 놈들이 저지른 만행은 결국 착한 이들이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이미 발생한 비극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 다만 온 인류가 함께 반성하고 연구하고 배우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 그리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이들을 위해 애도해야 한다.
마음
우리 마음속에도 나쁜 놈이 산다. 보통은 순간적인 화에서 시작되고, 때로는 시기와 질투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그것이 작동하는 순간 잘못되었다는 걸 알지만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얼마나 더 마음을 닦아야 나쁜 생각과 기운을 몰아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는 줄고 세기도 약해지지만, 화와 질투라는 나쁜 놈에게 휘둘리면 한동안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나쁜 놈이 마음을 헤집어 놓으면 결국 순수하고 착한 기운이 다시 나서서 보살피고 치유해야 한다. 그렇다. 세상에는 언제나 나쁜 것과 좋은 것이 공존한다. 그리고 나쁜 것이 저질러 놓으면 좋은 것이 그것을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