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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May 05. 2021

여기 카페 생기나 봐

착한 비 봄 비, 비 오는 날 비 맞으며 꽃을 심다

화단에 꽃을 심고 있는데, 지나가는 분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여기 카페 생기나 봐. 카페인가?


지난번에는 비 오는 날 비 맞으며 '꿈꾸는 마당'에 나무들을 심었다. 오늘은 비 맞으며 꽃을 심었다. 지나는 분들의 대화가 들렸지만 담장 바로 아래에서 작업을 하기에 보이지는 않았다. 어느새 캄캄해지기 시작해서 아무 말 없이 일을 했다. <루씨의 꿈꾸는 마당>은 지나는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봄비가 예쁘게 내려 기분 좋게 꽃을 심었다. 나무는 무겁지만 꽃은 가볍고 예쁘다. 오래 보는 것은 나무지만 꽃들이 주는 아기자기한 달콤한 맛이 있다.


봄비는 나의 꽃들이 잘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줄 것이다. 참 예쁜 착한 봄비다. 저녁 7시가 넘으니 코니카 가문비의 태양광 불빛이 반짝인다. 아파트에 갈 시간이다.


집의 변신


나의 입장에서는 공사가 참으로 더디게 진행되는데 줄리아나 제니퍼에게 사진을 보내면 공사가 참 빨리 진행된다고 말한다.


사실을 말하면 그리 빠른 것은 아니다. 지난주 내내 일이 중단된 상태가 지속되었다 처음 집을 샀을 때 상태를 생각하면 그래도 대 변신 중이다.

세 개의 방을 통으로 하나로 만든 후 천정의 벽을 뜯어냈다. 이후 천정의 대들보를 보강했다.
지저분한 벽을 정리하기 위해 작업 중


외부 썬룸 및 마당 정리 작업

지난주 내내 멈췄던 공사지만 일요일에 잔디를 깔았다. 우즈베크에서 온 청년 인부와 S 대표 둘이서 깔았다.

그런데 잔디가 몇 장 부족하다면서 꽃 심는다고 했으니 심고 싶은 곳에 꽃을 심고, 잔디를 다른 빈 곳에 옮겨 놓으시라고 했다.


그리하여 오늘 꽃들을 사 와서 심게 된 것이다. 이쪽의 잔디를 저쪽으로 옮기고 꽃을 심고 하는 식의 작업을 했다. (중앙 식물원을 가니 꽃잔디가 모두 사라졌다. 올해 유난히 일찍 꽃잔디가 동이 났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다른 꽃들을 사다 심었는데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다른 화원에서 가서 또 사 왔다. 새벽에 꽃시 몰에 주문을 하게 되었다.) 줄리아네 만큼 넓지 않아도(줄리아네 집은 900평) 꽃 한판 심어도 덩그러니 빈 곳이 남는다. 나무 주변은 남겨둔다.


목련에 해 놓은 알루미늄 지주대가 눈에 거슬린다. 나무 지주를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만들어왔다가 너무 크다면서 그냥 알루미늄 지주로 해 놓았다. 덩굴 식물을 심어 타고 올라가게 하려고 한다.


비 오는 데다 벌써 어둑해지는 시간이다 보니 사진이 흐리다.

이 와중에 에어컨 작업을 한다. 에어컨 사장님께서는 꼼꼼히 일을 진행하시는 분이다. 세우는 에어컨은 부엌 쪽 구석에 10평형 하나를 했다.


중앙에 30평형(큰 거 해서 조금 틀어도 그게 낫다고 한다) 천정형 하기로 했다.

천정 갈빗살 나무 부분에서 지주대가 내려와야 하는데 불안정하단다. 천정에 나무를 더 대서 보강작업을 하기로 했다. 결국 일은 미뤄지고 에어컨은 덩그러니 중앙 룸 바닥에 남았다. 세우는 에어컨 할 것을 후회막급이다.


에어컨 작업으로 중앙 테이블마저 한쪽으로 옮겨졌다. 이러니 내가 정리를 할 수가 없다. 정리해 봤자 작업이 마쳐지지 않은 것들 때문에 다시 흐트러진다. 정리도 못하는 데 더욱 의욕상실이다.


적벽 파벽이 잘못 와서 붙였던 것은 흰색으로 칠하기로 했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좋은데 이 벽에 턱 하니 TV가 들어섰다.

75인치 TV가 처음 왔을 때 당황스럽고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들이 해 준 것인데 돈만 낭비한 생각이라 찜찜하고 벽이 사라져서 못내 아쉬웠다.


원래 프로젝터를 하고 흰 벽을 살리려고 했다. 등이 걸린 쪽 벽이 매끄러운 흰색이라서 그쪽 벽으로 프로젝터가 가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의 지구 다큐

지난번 첫 공방의 흰 벽. 프로젝터를 켜지 않으면 흰 벽이 있어서 예뻤다. 그리고 프로젝터는 어쩐지 로맨틱하다. 선명하지 않은 점은 있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이 있다.

밥정 다큐 영화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LG TV에 명화 갤러리 기능이 있다. 지니가 말도 잘 듣는다. 가끔 지니와 대화를 하기도 한다. 정리 정돈된 형태가 되었다. 이후로 TV의 놀라운 여러 기능을 알고 가족에게 진하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주로 음악채널을 듣거나 영화를 본다. 

나무 원목 침대를 샀다. 침대가 없다면 공간 활용은 좋으리라 여긴다. 그러나 친구들이 오면 잘 수도 있고 딸들이 친구들과 숙박을 할 수 있도록 꾸몄다. 나 역시 한 번씩 피곤하면 쉬고 싶기도 하다. 중앙에서 볼 때 한쪽 구석이다.


리넨 커튼으로 공간을 나누려고 커튼을 맞췄다.

얼른 모든 공사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예쁘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다. 그래도 꽃바구니를 자전거에 올려놓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자전거 뒤로 보이는 공사 관련 잡동사니들이 사라지면 좋겠다.

고수가 잘 자랐다.(이때부터 밤이 되어 사진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고수 좀 뜯어가야겠다. 향기가 너무너무 좋다.

화원에서 살 때 찍은 꽃들이다.

한라부추를 더 사야겠다. 겨울에도 이렇게 초록 초록하고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옛날 치킨을 사들고 왔다. 작은 것 한 마리가 6900원이다. 남편은 이미 저녁을 했다니 혼자서 고수를 씻어 맥주 한 번 벌컥, 닭다리 조금 뜯어 입에 넣고 고수 한 잎 오물오물. 그리고 또다시 맥주 한잔.


우리 동네에 '치순이 통닭 치킨'이란 곳이 생겼다. 겉껍질에 아무것도 묻히지 않아서 맛이 담백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사 먹게 된다.

닭고기 모양이 사진으로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껍질을 벗긴 후 속살의 맛은 담백해서 좋다. 저녁도 안 먹고 일하다 오니 벌써 9시가 넘었다.




                                                                                                        2021. 5. 4. 비 내린 화요일.


다음 날 아침 일찍 <꿈꾸는 마당>에 가 보니 역시 봄비가 꽃밭을 예쁘게 만들어 준 덕에 꽃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만데빌라는 타고 올라가는 식물이다. 화려한 꽃으로 연중 개화한다. 아쉽게도 월동을 못 하니 나중에 화분으로 옮겨 실내에 들여놓던지 한 해만 볼 생각을 해야 한다. 알루미늄 지주대를 덮어줄 친구다.

오른 쪽은 작두콩이다.

<하우스 앤 가든> 매거진의 글을 모아 브런치 북을 만들었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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