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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Luce Apr 27. 2021

파덕 테이블이 들어오다

나무들의 잔치

파덕 나무 테이블을 남편이 만들어 왔다. 몇 년 전 남편이 만들어 준 나무의자와 안성맞춤이다.


중앙에 묵직하게 자리하니 뭔가 듬직한 느낌이 든다. 본래 나무를 좋아하는데 파덕 나무는 결도 예쁘고 색도 곱다. 느티나무 의자는 벌써 몇 년째 내가 사용해 왔는데 둘이 딱 어울린다.


S 대표가 사라졌다. 말하고 사라졌다. 광주의 요가 학원 인테리어를 맡았는데 그쪽 공사가 너무 급하단다. 토요일이나 온단다. 토요일에 와서 잔디를 깔고 외부 썬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자고 한다. 공사 내용이 특별히 바뀐 것도 없는데  이야기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대문의 등이 없어서 해 주십사 이야기했다. 아쉬운 대로 태양광 등을 박아 놓았다.


안쪽의 싱크대 뒤 타일이 붙다 말았다. 부엌 쪽은 짐을 풀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란다. 그래서 짐이 산더미인데 치우지도 못하고 있다. 속 터진다.


공사란 게 본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갑자기 첫 번 공방 작업할 때가 생각난다.


공사를 여름에 시작하니 장마로 인해 공사를 잘할 수가 없었다. 곧 추석 연휴가 되어 공사가 중지되었다. 그 후 이래저래 지연되다가 겨울 공사를 하게 되었다. 설날 연휴가 되었다. 연휴 주간에만 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연휴 2주 전부터 사람들이 일을 잘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물으니 일했던 것을 받는 시기라고 했다. 명절 지내기 위해 그간 일했는데 받지 못한 것(미수금)을 받는 시기란 말이었다.


그 해 겨울 지난 2020년 겨울만큼이나 추웠다. 그래서 목조주택의 외부 시멘트 마감을 해야 하는데 2월인데도 영하로 내려가는 것이다. 시멘트는 영하로 내려가면 안 되니 날씨가 따뜻해지기를 마냥 기다려야 했다.

이 바쁜 와중에 첫 번 공방에 가서 장미 가지치기를 해 줬다. 으아리 꽃이 예쁘게 피었는데 사진 찍을 시간도 없다. 첫 공방의 새 쥔장은 지인인데 나무관리를 싫어한다

그 해 겨울 공사 중, 어렵게 외부 시멘트 마감을 한 후 스티로폼과 같은 외부 단열재를 붙였다. 옆집과 거리가 서로 1미터 이상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내 집 벽의 스티로폼? 이 두께가 4cm로 2cm가 부족했다. 결국 다시 모두 떼었다. 신 건축물은 이렇게 규제가 까다롭고 다 잘 맞춰야 준공을 통과한다. 바로 그것 때문에 무서워서 신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건물을 튼튼하게 지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2cm 때문에 벽에 붙인 것을 다 떼어야 했을 때 내 심정은 참담했다.


내 집에는 아직 피지 않은 수국. 남의 집 담장 밖으로 얼굴을 내민 수국에게 인사한다. 안녕, 나 루씨 야.

출입문 창이 페어 글라스(이중창)라더니 창에 색이 없어서 너무 휑하다. 커튼이라도 건다.


내 생각에 S 대표가 지난 첫 번 공방의 유리창에 파란빛 색을 넣었다가 내가 색을 없애달라고 해서 이전에는 알아서 뺐나 보다. 이번엔 넣고 싶었는데 사인이 안 맞았다. 이번 창은 작고 그곳과 다른 느낌인데 일일이 말을 해야 서로 통하나 보다.


첫 번 공방 때는 일일이 관여하고 잘못된 것은 다시 해 달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엄청 귀찮은 고객이었다. 그때에 비해 나는 무디어졌고 그는 감각이 늘었다.

첫 번 공방의 연두색 문. 내가 디자인한 것으로 만들어진 문이다. 컬러는 벤자민 무어 페인트. 그림이 잘못되어 S 대표가 손잡이를 세로로 했는데 바꿔달라고 해서 가로로 단 것이다. 가로가 훨씬 나았다.


연두 문의 창문과 같은 형식으로 해 달라고 말했더라면 좋았겠다. 이번 창은 작으면서 참으로 단조로운 창이 되었다. 이번에도 내가 그린대로 되기는 했는데 뭔가 아쉽다. 외부 나무는 잘 보여서 좋다. S 대표도 녹음하고 싶을 것 같다. 고객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 그때 분명히 이리 말했노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욕실 창문은 아쿠아로 해달라고 했다. 시판되는 형태로는 내 욕구를 채울 수 없다면서 특별 제작해 줬다. 마음에 든다. 욕실 문도 현장에서 제작한 것이고 출입문도 마찬가지이며 화장실 들어가는 문도 모두 현장 특수제작이다.


오늘도 의자를 이리 놓았다가 저리 놓았다가, 내가 만든 커튼에 봉을 끼워 여기 걸었다가 저기 걸었다가 하다가 아파트에 왔다.


가족들은 얼른 TV를 사라고 성화다. 나는 솔직히 TV를 볼 시간도 별로 없다. 그냥 그전에 쓰던 프로젝트를 사용하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과 남편이 합해서  TV를 샀다.


사실 나를 위해 나는 너무 많이 쓰고 있는데, 뭘 또 주는지 가족들에게 조금 미안하다.


뭐 언젠가 결국 아이들의 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오늘은 미안하고 고맙다. 우리 아이들의 놀이터도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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