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마당에 나의 짐들이 첫 발을 내디딘 날
이사하고 바로 점심을 먹었다(4.24. 토요일. 오후 2:30 경). 신문지 깔고 짜장면을 먹고 싶었다.
이사하면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이 짜장면 먹기라니? 정보를 알기 위해 클릭한 분들을 위해 간략히 실질적 정보를 공유한다.
1) 전세자들인 경우 미리 전입신고 확정일자 받아 전입신고 하기
2) 전기요금 관련, 한국전력공사 : 전화번호 123번
3) 도시가스(각 지역마다 공과금 납부서에 있는 전화번호 이용)
4) TV 및 인터넷 : 나의 경우 KT 전화번호 100번
나는 짐이 산더미(1톤 트럭 두 번 왕복) 일 줄 몰랐기에 포장 이사를 하지 않았다. 물건들을 꺼내 정리하다 보니 난감했다. 이미 트럭이 예약된 상태라 어쩔 줄 몰랐다.
결국 이삿짐 아저씨께서 오실 시간이 되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생과 동생 친구들이 도와주었다. 동생 친구가 뼈 있는 말 한마디 한다.
누나, 나 이제 앞으로 우리 와이프에게 뭐라고 하지 않기로 했어요.
내가 너무 물건이 많다는 것이다. 잘했다. 나를 거울삼아 가족이 더욱 화목해진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사 일을 도와주신 분들이 콩나물 국밥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 가까운 곳에 현대옥이라는 전주 남부시장 분점이 있다. 식사 후 그들은 모두 떠났다.
만약 포장이사가 아닌 경우, 무엇을 어느 곳에 놓아야 할지 미리 구상을 세워 두어야 한다. 물건들이 온 다음에 허둥대면 시간만 낭비한다. 각 공간에 맞는 정체성 찾기부터 시작한다. 무엇을 어디에 놓아야 마땅할까. 살아오는 동안 지닌 짐들을 보며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한다.
덩그러니 남아 산더미 같은 짐을 보니 급반성 모드가 된다. 내 취미인지 특기인지 그 어정쩡한 것들을 대폭 줄이고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우선 공방의 색을 분명히 하자고 마음먹었다.
특히 이틀 사이 집 정리 중 지나는 행인들이 곧잘 질문을 했다. 마당이 넓은데 길에서 반쯤 몸을 마당 안쪽으로 기운 자세로 질문을 한다. 어떤 이는 아예 들어와서 사진을 찍는다. 마당에 잔디도 아직 못 깔았고 대문도, 집도 완성되지 않았는데 부끄럽다.
뭐 하는 집이에요?
첫 공방에서도 늘 이 질문에 시달렸다. "집을 예쁘게 하고 왜 장사를 안혀~~."라고 하시는 동네 분들부터 한옥마을 배낭여행 중 지나다 들렀다. 문 두드리면서 질문하는 여행객들도 있었다. 어떤 이는 공방 오픈하면 꼭 알려달라면서 나에게 전화번호를 남기고 가셨다. 어느 저녁 문을 두드리며 커피 마시려고 하는데 문 닫은 시간인지 묻는 손님들까지 많은 이들의 질문공세를 받았다.
아니, 뭐 하는 곳이에요?
처음 공방에서는 집이 예쁘다니 기분이 우쭐해서 답변을 충실히 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드리운 채 쉬거나 작업했다. 자기 공방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큰 것이었다. 나의 첫 공방은 실제 경제적 이득이 없이 혼자 놀기 위해서 엄청난 돈을 투자 한 셈이었다. 그 점에서 보통 사람들에게는 특히 이해 불가의 일이었던 것이다.
이제 두 번째 공간에도 나는 실제 예상했던 예산보다 더 투자를 했다. 물론 내가 감당할 정도다. 나 자신보다 더욱, 내 가족보다 더욱, 지인들이 나서서 걱정과 격려를 한다. 대부분 이렇게 저렇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다는 조언이다. 가장 중요한 나의 생각은 놀자는 주의다. 조금의 이득만 취해서 집을 유지하는 정도만 하고 싶다. 그러다가 안되면 어쩔 거냐는 질문에 답한다. 그러다 안되면 나 혼자 놀고, 그러다 안되면 팔고 여행 떠날 거라고. 나는 집이 구속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정성을 쏟는다. 그동안 행복하다.
우선 나의 이삿짐을 체크했다.
요리 관련 짐들이 1/3을 차지한다. 요리 관련 강습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원래 늘 꿈꾸던 것은 외국인 여행자 대상 일일 체험 한국요리다. 과거 여러 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요리 자격증을 고루 갖춘 선배 언니를 초빙하든지, 음식점 경험이 있으며 요리를 무진장 좋아하는 친구 남편을 섭외해서 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우선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무엇인가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저 냉장고를 비운 후 다음에는 불필요한 식자재를 사는 것을 스스로 금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의 텃밭의 고수와 고추, 아기 토마토는 잘 자라는 중이다.(야호~~^^) 이것만 뜯어먹어야 할까 보다.
다음으로 바느질 관련이다. 지금 바로 공방을 시작한다고 해도 가능할 만큼 어마어마한 분량의 관련 자료집들과 천들이 있다.
재봉은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럼 무엇을 가르친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천도 그만 사야 한다. 나는 천만 보면 만지작 거리고 있다. 옷 보고 사고 싶은 마음보다 더 강하다. 천, 자수 색실, 식물과 같은 종류에 마음이 약해져서 가게에 가면 내가 반복적으로 만지작거리는 것들이다.
자수 색실은 다양한 염색실이 조금씩 다르게 아름답다. 언젠가 리넨 자수실을 30만 원 넘게 산 적도 있다. 그렇다. 나는 상당히 나를 위해서 예산을 지출하는 편에 속한다. 전에 언급했듯이 명품을 사거나 하지 않지만 나름 사치를 하는 편이다. 게다가 지난 2년여 동안 줄곳 퇴직하면 무엇을 할까. 이것을 사 두었다가 그때 사용해야지 싶었다. 사실 모아 놓으니 예쁘기는 하다. 지금 당장 공방을 오픈한다 해도 내가 지닌 천과 실과 재능은 손색이 없을 듯하다. (자칭 타칭이다.^^)
50살이 넘은 후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아름다울 때 떠나야지. (아직도 아이들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으니 꼰대는 아닌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꼰대 짓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전에 직장을 떠나는 것이 나의 목표다.
그림을 가르치는 일은 재밌는 일이다. 가르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자로서 감히 한마디 한다. 본인이 얼마나 잘하는 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30여 년 그림을 그려왔다. 물론 전공자를 가르칠만한 자격은 없다. 별로 그런 진지한 생각을 하고 그림에 매진하지 않았다.
보태니컬 컬러링 분야가 내가 늘 생각한 것이다. 컬러링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일전에 포스팅한 것처럼 색에 대해 배우고 사물을 관찰하는 법을 익히면 된다. 한마디로 쉬운 색칠 공부다. 그걸 뭐 하러 배우느냐 질문하면 색칠 공부도 배우면 좀 더 낫다고 말한다.
이 분야로 전문 서적부터 쉬운 색칠까지 그 차이는 천차만별이다.
내가 가르치고 싶은 분야는 진지한 그림이기보다는 취미생활이다. 색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영역이며 동시에 식물에 대한 관찰력을 만드는 것이다. 관찰력이란 결국 내가 보지 못해 왔던 것을 보게 되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가르치면 재밌다. 그/그녀가 새로운 것들을 보면서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지나는 분들이 질문하면 이렇게 대답한다
네, 이곳은 자수와 그림 공방이에요.
그런데 집에 대한 관심으로 묻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러다가 인테리어 전문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인생 모르는 것이다. 루씨는 마당 넓은 집에서 이런저런 꿈을 키우는 중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adang
옷 바느질 중 지난번 언급한 한복 만들기에 관해 공지합니다.
https://brunch.co.kr/@campo/38
공방이 완전히 완성된 후,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일일 체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저는 보조하겠습니다.^^) 바느질 재봉 분야를 수강하지 않겠다니 기대하신 분들께서 놀라실까 염려되어 말씀드립니다. (단, 코로나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약속을 잘 지키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차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단 한분이어도 진행할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후일 공지 후 희망자에게 개인 메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