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삶의 지도를 찾아서(1)
책사냥꾼으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지적 탐험의 대상이 바로 평전(評傳)입니다. 예전에 국내 최고의 문학비평가이신 김현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를 읽었을 때, 제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는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 한 문장이 오랜 시간 품어왔던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라는 고민을 단번에 해소해 주었고, 결국 위대한 작가와 사상가들의 발자취를 뒤쫓으며 '평전을 사냥하는' 새로운 여정에 나서게 되었죠. 김현 선생의 글이 저의 길을 이렇게 밝혀주었습니다.
"젊을 때부터 지금까지 문학을 중심으로 책을 읽어오면서 저는 '평전'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시도 소설도 아니라서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한 인간이 자기 영혼 속에서, 사회와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시인이나 작가, 좀 더 넓은 사상가에 대해 정말 소중한 발견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이끌어준 건 평전이었습니다. 특히 시인과 사상가의 평전이요." -『행복한 글쓰기』 중에서
김현 선생의 이 글을 읽고 난 뒤, 저는 새로운 '사냥감'을 찾고자 기대와 설렘에 휩싸였습니다. 더는 망설일 수 없어 오래된 '목마'를 재촉해 익숙한 헌책방으로 향했습니다. 예전부터 눈여겨봤던 평전과 자서전 코너가 서점 한쪽 구석에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그곳에서 백석, 박인환, 최승희, 석주명, 김수영, 윤동주 평전을 차례로 골랐습니다. 여기에 유은서재에 보관되어 있던 스콧 니어링, 전혜린, 이미륵 평전까지 더하니, 어느덧 첫 '평전 사냥' 목록이 거의 완성됐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며 어떤 새로운 인물들이 리스트에 올라올지, 그 미지의 만남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처럼 김현 선생의 글을 인생의 길잡이 삼아 평전 사냥에 임하다 보니, 평전이 단순히 한 인물의 일대기를 넘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깨달음을 주는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평전 읽기의 진정한 매력과 가치는 바로 이런 점에 있습니다.
인물의 삶과 시대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됨 - 평전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의 내면과 그가 살아갔던 시대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업적만 아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떤 고민과 선택을 했는지, 그 시대의 사회적 배경은 어땠는지까지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때가 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죠.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확장됨 - 누군가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자연스레 나 자신을 반성하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인물이 겪은 어려움과 실수를 보며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고, 고정관념을 깨뜨릴 용기도 얻게 됩니다. 이렇게 얻은 시선은 문학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평전은 단순한 이야기책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자신을 더 분명히 인식하며,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힘까지 기를 수 있습니다.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을 통찰하는 기회를 주는 것, 바로 이 점이 제가 평전을 아끼고 '사냥'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이제 저는 새로운 사냥을 준비하며, 연장통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 듭니다. 앞으로 펼쳐질 열 번의 평전 사냥에서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지, 어떤 감동과 깨달음을 얻게 될지 저 역시 무척 기대가 큽니다. 책을 사냥하는 사람으로서, 저 또한 미지의 여정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저와 함께 이 유쾌한 사냥에 동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