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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방장 Dec 05. 2023

바보 열등감

ep18. 추천 도서 <마음이 흐르는 대로> 지나영 


도서 <마음이 흐르는 대로>는 소아정신과 의사 지나영 작가님이 기립성빈맥 증후군과 신경 매개 저혈압이라는 병에 걸려 삶이 갑자기 멈추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정리한 글이다. 거칠고도 소중한 자기의 삶을 걸고 매 순간 자기의 마음이 흐르는 대로 걸어온 이야기를 공유한 글이다.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자아를 굳건히 지켜내는 그의 이야기에 나는 위로를 받았다


“내”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분, 번 아웃 오신 분께 이 도서를 추천한다. 거칠고 소중한 우리의 하나뿐인 삶을 걸고 하고 싶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올해 6월 첫 번째 주말에 대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자주 모이는 대가족으로 이번에도 20명의 가족이 모였다. 함께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도 하고 만족감이 정말 높았던 2박 3일 주말여행이었다. 월요일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월요일 낮, 외할머니께서 전화했다. 어릴 적부터 남존여비로 내 기준 많은 불공평함을 받았지만, 외할머니는 내게 너무나도 적절한 사랑을 주셨다.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사랑, 그리고 나를 통제할 만큼의 사랑. 하여 외할머니와 대화하는 것 자체 내게 힘든 일이다. 
“누가 이런이런 말했다…… 가족이라도 이 사람 조심해라…… 내가 20년 전 우리 온 집식구 사주를 다 봤는데…… 너는 항상 조심해야 해…… 너는 무조건 잘 돼야 해…… 네 엄마…… 네 가족은 네가 잘 챙겨야 해……”

또 시작이다. 듣는 것만으로 숨이 막히고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사촌 형제들과 함께 자라면서 나는 똑똑한 아이가 아니었다.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외할머니 눈에는 조금 바보스럽고 통제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월요일에 비로소 깨달았다. 분노하는 마음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그동안 나는 왜 외할머니가 불편했는지 정확히 깨닫게 되었다. 무엇이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고 모든 걸 자기 기준으로 의미 부여하고 부정적인 말로 나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나는 들어준다고 생각한 것인데 문득 내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 역시 관계에서 그냥 넘어가지 못할 때 내가 더 괴로워서 잘 넘기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모습이 외할머니 눈에 바보로 보였던 거다. 

생각해 보니 나는 바보의 열등감이 있다. 누군가가 나를 불편하게 할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나를 호구로 보는 거 아니야?”였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도서를 보면서 나는 바보 열등감으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웠다.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바보스럽지만, 소중한 나의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기에 조금 더 나를 먼저 존중해 주려고 노력한다. 설사 세간 기준 바보가 되더라도 내 마음에 내가 온전히 귀를 기울이면 나는 분명 바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오늘도 나는 나를 먼저 존중해 본다. 




끝으로 도서 <마음이 흐르는 대로> 속 인상 깊은 문장을 공유한다. 


대중적인 선호도를 따르거나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내 마음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세상이 뜻하지 않게 변해버린다 하더라도,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꿋꿋이 내 길을 가면 된다는 것을.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결국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는 진리다. 그리고 이것은 첫째로는 나를 위한 것이고, 둘째로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이다. 나를 마구 희생하면서 남을 위할 순 없고, 남을 마구 희생하면서 나를 위할 수도 없다. 참된 나를 실현하는 과정 속에서 그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것이 진실한 삶이 아닐까 한다. 혼자 가는 사람은 빨리 가고 함께 가는 사람은 멀리 간다는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마라톤이므로 함께 가야 함이 맞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을 놓고 고민할 때에는 일단 ‘사람을 존중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고민하면 더 좋은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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