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 추천 도서 <엄마라는 아이> 박성만
가나심리치료연구소 소장 박성만 박사가 상담실로 찾아왔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엄마의 실제 사연을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 <엄마라는 아이>다. 엄마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다주는 책이다. 처음으로 엄마의 삶을 사는 것,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엄마의 말, 그리고 마음. 엄마가 되고서야 엄마도 외롭다는 것을, 준비 없이 엄마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을 위한 마음 수업 책이다.
엄마의 역할을 이해하고 아내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 남편들, 스스로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께 도서 <엄마라는 아이>를 추천한다. 제목과 같이 엄마라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엄마에 대한 다른 시각과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배울 수 있다.
어버이날이었다. 늦은 오후에 비로소 생각나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는 독거노인인 줄 알았다며 신세 한탄하시는 엄마. 답답한 기분이 삽시에 올라오며 억울한 기분까지 들었지만, 신경 못 써서 내가 미안하다고만 했다. 사실 내게는 별일이다. 세 살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고 초등학교 3학년에서 5학년은 기숙사 생활을 했다. 이 집 저 집 옮겨 지내다가 대학에 갔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오면서 다시 엄마랑 한집에 살게 되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에 나는 많이 외로웠다. 내가 필요로 하는 나이에는 곁에 없었으면서, 이제 와서 나의 관심을 얻으려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이것이 내 안의 아이가 하는 말이다. 이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말 많이 연습했다.
눈물 콧물 흘리며 배우자에게 내 안의 아이의 슬픔을 토해내자 비로소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제야 엄마라는 아이가 보였다. 관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엄마라는 아이. 8남매로 중간에 껴서 먹고사는 게 가장 큰 문제라 정서적인 사랑을 받았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엄마에게 정서적으로 따뜻한 사랑을 내가 요구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나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해결 중심의 심리학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과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내게 더 중요했다. 하지만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과거에 들어가서 내 안의 아이를 마주해야만 했다. 내 안의 아이, 엄마라는 아이, 어린 시절의 상처, 억압된 감정이 무엇인지 찾아서 마주하고 해소하는 과정이 결국 가장 가까운 관계에 있어서 문제해결을 하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잘되지 않은 마음이다.
깨달음은 곧 치유라는 것을 <엄마라는 아이>에서 다시 한번 배운다. 밤이 되어서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목소리. 내 안의 아이의 억울함을 눈물로 충분히 "애도"했으니, 이제는 엄마라는 아이를 만나 위로해 줄 차례다.
끝으로 도서 <엄마라는 아이> 속 인상 깊은 문장을 적어본다.
울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울어야 한다. 이것을 정신분석에서는 ‘애도’라고 한다.
슬픈지도 모르게 살아온 이야기를 슬프게 말하는 것, 이것이 애도이다.
애도는 ‘억울하다’는 감정과 ‘만일 그때 그렇게 하거나 하지 말았다면’하는 아쉬운 감정을 받아들이게 한다. 애도는 지나온 삶은 그것대로 이유와 의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로 현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한다.
눈물이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