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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방장 Dec 06. 2023

내게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ep19. 추천 도서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특수청소업체 대표 김완 작가님이 쓴 죽음 이야기다. 자살 직전 분리수거한 사람, 특수청소 비용을 선지급하고 자살한 사람 등과 같은 소설 같지만 현실 이야기다. 책을 읽고 나면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속 이야기들과 같이 죽음이 너무 먼 이야기 같다가도 가까이 다가올 때가 있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는 분, 죽음 그 이후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에게 이 도서를 추천한다.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감정을 느끼고 고민할 것이다.




2023년 7월 마지막 주, 나는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긴 시간을 살았다. 배우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가족끼리 조용하게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수의를 입은 할아버지, 입관, 발인, 납골당으로 모시기까지... 처음 보고 겪는 일이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사람이 한 줌의 재로 나오기까지 3시간이 채 안 걸렸다. 할아버지는 무로 돌아가신 걸까? 곧 다가올 배우자와의 결혼식을 보고 가시면 좋았을 텐데... 


다시 일상을 돌아왔을 때 나는 분명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내일 죽어도 아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그게 바람직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를 보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죽음을 얼마나 가볍게 생각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죽음에 대한 무게가 달라져서일까? 그 전과 똑같은 일상을 살지만 똑같지 않은 삶의 무게를 느낀다. 내가 정말 소중한 일상을 살고 있음을 느끼고 감사로 가득 찬 충만한 마음을 느낀다. 그때 비로소 내가 왜 삶을 가볍게 생각했는지 알게 되었다.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일상을 가볍게 살았던 것이다. 


나는 즐겁고 관심이 있는 일에는 모든 에너지를 쏟았고 싫거나 불편하면 거절하고 잘라내려고만 했다. 그래서 외할머니가 전화 오면 받지 않거나 빨리 끊으려고 바쁜 척했다. 엄마의 부탁이나 심부름도 거절하고 외면하기 십상이었다. 타인에게 친절하지만 정작 가족에게는 점점 차가운 못난 손녀고 딸이었다. 불편한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쉬는 날 괜스레 외할머니에게 데이트를 신청했고 엄마의 심부름 부탁을 들어주었다. 외할머니와 맛집에 가서 식사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의 심부름을 들어주는 일도 마냥 기쁜 마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의 태도는 분명하다. 지금 내게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손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것 말이다. 외할머니에 대한 불편함이 있음에도 나는 외할머니와 엄마를 사랑하고 외할머니와 엄마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변치 않은 사실이니까. 죽음 앞에서는 풀리지 않을 매듭이 없지 않을까? 죽음을 가까이 지켜보니까 어떻게 살 것인지 조금씩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끝으로 도서 <죽은 자의 집 청소> 속 인상 깊은 문장을 적어본다.


건물 청소를 하는 이가 전하는 그녀는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겐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어째서인지 인간의 마음도 더러운 화장실 청소처럼 얼마간 곤욕을 치르고 나면 잠시나마 너그러워지고 밝아진다.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어질러진 것을 치우고 비운다.
그 점에서 내가 하는 일도 식탁 치우기와 다를 바가 없다. 식탁 위에 차렸던 것을 주방으로 옮기듯 그저 집에 있는 것을 끌어모아 집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매일 지구상의 모든 가정과 식당에서 일어나는 식탁 치우기는 내 일과 본질적으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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