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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estories Dec 02. 2020

알고 보니, 더 좋아지잖아

hidden charming point of vintage.

오래 보고, 두고 볼수록, 에피소드가 쌓이며 알아갈수록 더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 사람으로 치면 빈티지도 그런 사람일 것이다.


빈티지숍을 시작하면서 옷에 관한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빈티지 산업에 관한 공부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발견하게 된 매력이 꽤 많고, 단연 최고의 매력은 환경적인 관점에서 빈티지의 가치이다.


하루 평균 259톤, 1년에 7억 벌.

국내에서 버려지는 옷의 양이다. SPA라고 불리는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패션 시장의 판도는 크게 바뀌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들의 의류 소비 패턴 변화일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2000년 대비 의류 소비량이 2배 증가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옷을 우리가 더 쉽게 사고 버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명확한 지표다. 세계 평균 소비자의 옷 평균 이용률은 36% 감소하여, 예전보다 같은 옷이라도 덜 입게 되고, 더 많이 버리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한 것이다. 단지 많이 소비하고 버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옷을 만들면서(특히 직물을) 발생하는 환경 폐기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문제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10%가 의류 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 되고 그 비율은 2030년까지 매년 3%대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생각보다 그 심각성이 더 크다. (*출처 : 환경부)


근 10년간 옷을 기획하고, 만들고, 더 많이 소비하게 만드는 일을 하며, 때로는 기꺼이 소비하는 일에 동참하며 살았다. SPA가 빠르게 시장을 바꾸고, 그 중심에서 일하면서 점점 더 많은 옷이 더 빠른 속도로, 더 다양한 판로로 판매되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에, 저 지표들에 일조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온난화로 녹아내리는 얼음 위를 걷다가 익사하는 북극곰, 어미를 잃은 아기곰, 먹이를 구하지 못해 뼈가 드러난 북극곰을 보며 마음 아파했던 것이 분명 책임이 있으면서도 익명성 속에서 가벼운 책임감만 느꼈던 가해자에서, 이제는 인과가 분명하게 드러난 가해자가 된 것 같은 무거운 마음이었다.


이런 충격을 받는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갑자기 사두었던 옷만 평생 입고 살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생활 반경 안에서 가치관이라는 인생의 나침반 바늘을 살짝 방향만 바꿔 보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 안에서 가치관에 더 부합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페트병을 버릴 때 비닐 레이블을 제거하고 버린다든지, 마스크를 버릴 때 끈은 꼭 자르고 버린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빈티지도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 년에 한 벌의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는 것은 0.0006대의 자동차가 배출하는 일 년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인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출처 : thredup 2019 annual report) 빈티지라는 아이템이 주는 매력에 빠져서 빈티지샵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이런 구체적인 효과가 있다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효과에 무겁던 어깨가 아주 조금 가벼워졌다.


내가 꽤 근사한 일을 하고 있구나. 고심해서 셀렉하고, 정성껏 세탁과 수선을 마치고, 촬영하고, 상품에 대한 스토리를 적어 내려가는 수고로운 과정을 거쳐 딱 한 명의 주인만 만날 수 있는 어찌 보면 비효율적인 이 판매 시스템이 그럴 만한 가치 있는 일로 느껴졌다.

환경을 아낍시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고,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나는 충분히 이 일을 더 오래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빈티지를 사랑하는 누군가도 그 더해진 가치를 알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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