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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estories Dec 06. 2020

꾸준함. 그 무게에 대하여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해.”

회사 생활을 통해 나름대로 세운 한 가지 지론이 있다면,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매시 매분의 매출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뚜껑을 열자마자 바로 결과가 보이는 그런 일을 업으로 삼으면 ‘열심히’라는 과정이 퇴색되는 경우가 많다.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지 정하고, 시간 사용을 효율적으로 잘하는 것도 중요한 업무 스킬 중 하나이고, 여기서 열심히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열심히 한다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결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배운 뒤로는 스스로 열심히 하겠다! 라는 말이 나오려 할 때마다 잘 해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앞세우게 되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던 이야기는 어느새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원칙이 되었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는 후배들에게도 종종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창업하고, 자영업자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판매 플랫폼으로 정하고 고객들과 소통하며 매일 꾸준히 정해진 시간에 피드를 올린다.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질책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정해진 지침이나 데드라인에 대한 압박 없이 스스로 정한 규칙대로 운영해야 한다. 빈티지숍을 시작한지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오늘로 올려진 게시글은 2,016개. 싸이월드 시절부터 SNS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고,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도 열심히 해봐야지 하다가도 현재보다 SNS를 위한 촬영이 우선시되는 상황이 되면 급격히 피로도가 쌓여 그만두기 일쑤인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2,016개의 게시글을 올리며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가 있다면 “꾸준함”이다. 


꾸준하다. :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다.

유치원을 시작으로 12년의 개근을 자랑하는 초,중, 고등학교, 대학교를 지나 회사생활을 하며 그 긴 세월 동안 정해진 규칙 안에서 꾸준히 통학과 통근을 했음에도 꾸준함이라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떤 소속이나 틀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정한 규칙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되니 비로소 이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실감한다. 손님이 올지 안 올지 모르고, 몇 명이 올지도 모르고,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쇼룸 문을 연다. 누가 올리라고 하지 않아도 매일 저녁 6시에 피드를 올린다. 하루하루의 결과들이 켜켜이 쌓여 무게를 이룬다. 절대 가볍지 않은 일상의 무게를 느끼며, 나라는 사람의 일상과 삶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체감한다. 주어진 소속을 벗고, 스스로 만든 소속을 입으니 다른 각도로 보이는 삶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감사하다. 


꾸준함에 대해 생각하며 열심에 대해 생각한다. 

열심(熱心) : 어떤 일에 온 정성을 다하여 골똘하게 힘씀. 또는 그런 마음.

하나의 게시글을 올리기 위해서 많은 일을 한다. 업으로 삼은 일이니 시간을 더 많이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다. 옷을 셀렉하고, 세탁을 하고, 필요하면 간단한 수선을 한다. 모델컷 촬영과 상품 촬영을 하고, 보정을 한다. 실측하면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기재하고, 상품에 대한 스토리를 작성한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사진과 텍스트를 게시글로 올린다. 일련의 과정에 하나도 빠짐없이 마음을 쓴다. 정성을 다하고, 힘을 쏟는다. 꾸준하게 매일 올리는 게시글이라는 결과를 위해 열심을 다한다. 한 스타일에 한 장밖에 없는 빈티지를 다루며 ‘잘’에 가려진 ‘열심’이 보인다.


직업과 상황이 바뀌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그전이 틀렸던 것도 아니고, 지금이 꼭 맞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임으로써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또 어떤 것을 보게 될지 나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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