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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공이 Jul 02. 2021

꽃을 배우는 성공한 인생


  직장 초년생 시절. 내가 이 일을 잘하는 게 맞는지, 다른 일을 하고 싶은데 잘할 수 있을지 가뜩이나 고민 많은 나를 더 슬프게 했던 사실은, 내 월급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취미를 마음껏 할 수 없다는 거였다. 꽃꽂이를 배워 보고 싶은데, 비용을 보면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일종의 한을 남긴 채 꽃꽂이는 그렇게 무의식으로 사라져 버렸다.

 어느덧 직장 8년 차가 되었다. 일도 보수도, 참고 버텨 보니 처음보다 꽤 나아졌다. 어엿한 30대(?)가 된 나 자신에게 꽃꽂이를 선물로 주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아니다, 격주에 한 번은 그래도 꽃꽂이를 배워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열심히 검색해 흔치 않은 꽃들로 꽃꽂이를 하는 예쁜 스튜디오를 찾았다. 깔끔하고 감각적인 소품이 놓여 있는 흰 스튜디오에는 노랗고 하얗고 푸른 빛깔들의 꽃과 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향긋한 차와 느긋한 노래, 친절한 선생님과 함께 꽃 이름과 특징을 배우고 꽃을 엮어 봤다. 꽃줄기를 잡는 게 마냥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잡는 것 자체가 어렵고 손도 아팠다. 이 꽃을 여기에 둘까, 저기에 둘까 나름 고심하고 이리저리 옮겨 본 건데, 선생님 눈이랑 왜 전혀 다른지(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데 꽃을 둬야 꽃다발이 생기가 돈다). 꽃에도 방향이 있고 예쁜 배치가 있고, 너무 동그랗게 둬도, 너무 균일하게 둬도, 너무 촘촘하게 두어도 예쁘지 않은 것이 꽃다발이라는 걸 배우고 느끼며, 선생님의 수정으로 첫 번째 꽃다발을 예쁘게 완성했다.

  한 번 했으니 됐어, 라는 생각도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모든 일정과 약속이 멈춘 지금이 시간적으로도 마음 상태를 회복하는 데도 딱이라고 생각하며 큰 맘먹고 정규 수업을 들었다. 햇박스, 버드 박스, 플랫 핸드타이드 등 이름도 생소한 많은 것들을 만들어 보며 예쁜 꽃들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되어 행복했다. 시들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꽃의 가치도 새삼 깨닫게 되고, 더 예쁜 다발을 만들 때나 꽃을 오래 보고 싶을 때는 나 또한 세심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2020년 상반기 내게 주었던 선물인 꽃꽂이. 꽃만 사서 능숙하게 포장해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화병에 꽂아 감상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커도 너무 큰 목표였다. 꾸준히 꽃을 사서 연습을 했어야 했나 이제 와서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사실 걱정은 없다. 예쁜 다발이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곳을 찾았으니까.



*화병의 꽃을 오래 볼 수 있는 팁  

     물에 닿는 부분에 있는 잎들은 다 제거해 주세요.   

     매일 줄기 끝쪽을 사선으로 조금씩 더 잘라 주세요.   

     물은 매일 갈아주고, 화병을 매일 닦아 오염을 없애 주세요.   

     차가운 물을 주고, 날씨가 더우면 얼음도 같이 넣어 줘요.   


* 지금은 망원역으로 이전하여 주소는 '마포구 잔다리로 116 1층'이다. 아래 주소는 합정 시절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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