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면 왜 그렇게 내용이 좋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 책을 사면 내가 그 책을 금세 읽고 책에서 알려준 대로 살 것만 같아서 몇 권씩 집어오곤 한다. 어느새 책 읽기보단 책 모으기가 취미가 된 듯하다. 어느새 원래 심란한 내 방이 늘어나는 책 때문에 더 심란해져서 이젠 웬만하면 책 구경으로 만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큰 서점 구경도 무척 좋아하지만, 동네 구경을 하다 만난 합정과 망원의 동네서점의기억도 참 좋다.
동네 서점에 가면 책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는 것을 ‘땡스북스’에서 처음 알았다. 모르고 스칠 수 있는 좋은 책들을 큐레이팅 해서 눈에 띄게 진열해 두는 것에 더해서, 그 책을 왜 추천하는지,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애정을 담아 써 두셨다. 여기저기 몰라서 손이 쉬이 가지 않을 책들이 눈에 띄게 진열되어 있어 개성 있는 책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망원에 있는 ‘어쩌다 서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세련되고 멋들어진 공간이었다. 달마다 서점에서 소개하는 작가가 있는지 작가의 작품들이 예쁘게 전시되어 있고, 빼곡한 책장에는 쉬이 볼 수 없는 유니크한 책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탱고 풍의 정열적인 김동률의 노래와 멋들어진 통나무 같은 인센스 스틱이 서점의 멋을 더했다. 언니는 피아노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피아니스트의 떨림과 설렘을 담은 책을, 나는 언니를 위해 슈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골랐다.
망원동에 있는 ‘망원동내 창비 서점’은 창작과 비평사 도서들을 포함해 많은 책을 팔고 큐레이팅도 같이하고 있다. 이 카페에 앉아 있으면 내 스타일의 노래들이 많이 나와서 노래들을 많이 ‘줍줍(줍고 주움)’해 왔다. 책과 기념품이 묶인 책 시리즈를 팔기도 한다. 예쁜 컵이라니, 컵을 사면 책까지 주다니, 이건 못 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