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카페에 가면 한 명당 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여유와 예쁜 장소와 행복한 시간을 살 수 있다. 1인당 만 원을 넘게 쓴다면 훌륭한 디저트까지 곁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카페는 2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내고 고작 60분, 길어야 80분까지밖에 있을 수가 없다. 여유는커녕 시간에 쫓기며 여러 문제와 자물쇠를 풀어야 한다. 하지만 나한테 둘 중 한 곳을 고르라고 하면 난 방탈출 카페를 고르겠다.
솔직히 방탈출에 대해 처음 접했을 때는 ‘그 돈을 내고?’, ‘굳이?’ 싶었다. 방탈출 카페가 생기기 시작했을 초반에 몇 번 가 보긴 했지만 작은 방에 조악한 시설과 문제들, 탈출 실패의 쓰린 기억만 남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내가 별로인 방탈출 카페를 갔을 뿐이었다. 좋다는 방탈출 카페에 한 번 두 번 가다 보니, 그리고 특히 합이 잘 맞는 사람들과 탈출의 경험을 하고 나니 어느새 탈출의 즐거움에 중독되어 버렸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말로 ‘방탈출할래’를 묻는 게 습관이기까지 했다. 사실 요즘도 그렇다.
짧은 시간에 한정된 공간에서 주제에 완전히 몰입하긴 어렵지만, 친구들과 낯선 곳에서 하나하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행복하다. 친구들과 서울에서 약속을 잡아서 아마존에 가거나, CIA 구성원이 되거나 독립운동을 (한다고 생각하고)! 공간의 제약을 넘어 직접 몸을 움직여가면서 친구들과 게임을 할 수는 있는 것이다.
썸남 썸녀, 연인들에게는 쉽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주제를, 친구들 여러 명은 규모 있고 다양한 퀴즈가 있는 방을 추천하고 싶다. 같이 고난을 헤치고(?) 탈출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서로를 더 친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물론 들어가기 전에 몇 가지 전제에는 서로 동의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나, (방탈출 초보들에게) 방탈출 초반에 막힌다면 얼른 힌트를 쓰자. 둘, 가기 전에 긴장된다면 휴대전화 방탈출 게임을 좀 풀어보자. 셋, 방탈출은 방탈출일 뿐, 목숨 걸지 말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상수역에 있는 코드케이의 ‘꼬레아우라’다. 문제도 규모도 장치도 다른 곳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퀄리티가 좋다. 4명 이상을 추천하며, 이곳을 먼저 체험해 보면 다른 방탈출이 시시해 보일 수 있다는 큰 단점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서울 이스케이프 룸 2호점’에는 CIA에 잡혀 와서 탈출하는 스토리와 아마존에서 무언갈 찾아 떠나는 방이 있다. 방탈출 회사(?) 별로 주로 사용하는 문제 방식도 다른데, 이곳은 머리를 쓰는 것보다 무언가를 찾아서 대입하는 느낌의 문제가 많아 머리 좋은 내 친구는 이곳이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했지만, 그 방의 콘셉트와 규모가 좋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