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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윤 Mar 01. 2024

마음이 깃든 길

삶=일=나가 될 수 있을까?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저서 <초인 수업>에서 돈후앙은 카를로스에게 전사처럼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전사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마음이 깃든 길을 택해 따르는 것이며 이것으로 일반인과 전사를 구분한다. 전사는 자신이 선택한 길과 하나가 될 때,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면서 크나큰 평화와 기쁨을 경험할 때 전사는 그 길이 마음이 깃든 길임을 깨닫게 된다고 가르친다.


 책을 읽다가 이 구절에서 밑줄을 그었다. 자신의 길과 하나가 된다는 것,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의 선택하는 모든 것들이 곧 나 그 자체가 된다는 것에 마음이 이끌렸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에도 대통합의 길이 있다고 믿는다. 정치인들이 요사이 떠드는 대통합은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한 것은 분열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분열과 분리는 삶의 진정한 기쁨과 충족을 방해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우쳤기 때문이다.


 돈 후앙의 말처럼 마음이 깃든 길이 아닐 때는 대략 이렇다.


1. 자신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면과 싫어하는 면이 존재한다. 좋아하지 않는 면이 드러날까 두렵다. 그것을 숨기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쓰고, 이런 애씀은 예민함, 열등감으로 표출된다.


2. 삶과 일이 분리된다. 직장생활은 직장 생활일 뿐 나의 삶과 다르다. 일이 끝나야 나는 나로 돌아간다. 서핑을 즐기고, 운동을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진짜 나를 찾는다. 매일 8시간 이상의 시간은 나에게 적당히 생존하기 위해 존재할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 껍데기만 빌려준다고 생각하면 쉽다. 나는 퇴근과 주말만을 기다린다.


3. 가치관대로 살아가지 못한다. 옳지 않음을 알거나 자신과는 전혀 맞지 않다고 속으로는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이 따른다. 생존할 수 있는 방법과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인생의 이미지에 맞지 않지만 인생은 어차피 그런 것, 어떻게 원하는 대로 하겠는가. 낙오되지 않기 위해 일단 따른다. 억지로 애를 쓰기에 삶이 지친다.


 마음의 분열과 분리는 고통과 괴로움을 낳는다. 나는 마음이 에너지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날 때 나는 고통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상처와 나를 분리해 무의식적으로 치워버리는 일, 상처로 인해 요동치는 에너지를 흐르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일은 자연스럽지 못하기에 이것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은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의식적으로 막아놓은 댐이 무너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관리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게 되고, 유지 보수에 눈을 뗄 수가 없게 되면 평생을 그 문제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썩은 물도 흐르고 섞이면 자연스럽게 맑아지는 법이다. 자연은 순환을 통해 자정작용을 이룬다.


 또, 영혼은 표현하고 싶어 한다. 많은 책에서 삶이란 우리 자신이 가진 무의식을 끊임없이 표현해 가는 과정이라 말한다. 통합되지 않는 삶은 표현의 자유를 막는다. 영혼은 표현을 통해서 자신을 정화하고 삶의 기쁨을 찾는다.  자신이 온전한 자신으로 있으며 이를 마음껏 표현할 때 영혼은 날아오른다. 기쁨의 춤을 추고 충만함을 느낀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말한다. "당신의 기쁨을 따르세요. 그러면 우주가 벽만 있던 곳에 당신을 위한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Follow you bliss and the universe will open doors for you where there were only walls)"라고. 영혼이 자신이 표현할 길을 찾아 춤을 추면 온 우주가 열린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산다는 것. 나 자신의 모습으로 온전히 표현하며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소중한 일이다. 5년 전 우연히 알게 된 '통합'이라는 단어는 몇 년이 지날수록 더 소중해지기만 하지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만약 돈후앙의 말처럼 '마음의 깃든 길'을 살아가는 전사로 살아간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면 이렇다.


1. 나에게는 예민함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였다. 나는 나 자신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였다. 애써 숨겨둬야 할 것이 없기에 마음의 긴장감이 사라지고 편안하다. 오히려 단점이라 생각했던 면이 나를 독특하게 만드는 개성임을 알게 되었고 나는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2. 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 영혼이 기쁨의 춤을 추는 그것을 나는 매일 한다. 이것이 일인지 삶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때로 좌절이 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좌절할 때조차도 나는 마음 깊이 알고 있다. 이것은 내가 가야 할 길이고 이 길이 아니라면 삶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기쁨과 행복은 결과물이 아니다. 그 길을 걷고 있는 이 삶, 그 자체이다.


3. 언제나 생각했던 바를 그대로 실천하고 살아간다. 나의 말과 행동, 일과 일상은 진솔하다. 간디가 말했던가, 내 삶이 곧 메시지라고. 나는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의 삶이 곧 나 그 자체이므로. 증명할 것도 없고 추구할 것도 없다.


 글을 쓰며 상상하는 중에도 마음이 순식간에 기쁘고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통합은 자유로의 첫걸음이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모습 그대로 내보이고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삶이다. 창조적인 삶이며, 누구의 삶보다 더 색다르며 세상의 최고가 되는 삶이 아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삶이 되는 길이다. 또, 나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살아가는 삶이며, 자신을 지키고 사는 삶이다. 힘이 나에게 있으므로 자유로워지는 삶이다.


2024년 3월, 통합의 삶을 살고 싶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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