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짓인가요?
올 9월에 퇴사를 하고 꼭 가보고 싶었던 히말라야를 10월 말에 다녀왔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걷는 길 내내 핀란드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그래서 핀란드 비행기 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했다.
그 사이 나라는 난리가 났다. 내 개인적으로도 난리가 났었다. 히말라야를 다녀오자마자 엄마가 위독했다. 단순한 골절 사고였는데 당뇨로 수술이 되지 않았다. 만성질환에 몸은 만신창이였고 의사는 올해를 못 넘길 거라는 무서운 진단만을 내렸었다. 겨우 위험한 상태는 넘기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날, 내 가슴도 만신창이였지만 핀란드행을 감행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한국을 떠나는 날 핀란드행 비행기에 앉아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네까짓 게 뭔데 글을 쓴다고 핀란드행인지. 글을 쓴다는 이유도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대단한 글을 쓰려고 가는 것인지? 글을 쓸만한 자격이나 되는지? 그럴만한 재능은 있는지? 부끄러웠다. 내 글이 부끄럽고 글을 쓴다고 고군분투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언젠가 글을 쓰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로 그 어떤 자격도 부여받지 못했음에도 나는 쓸 수밖에 없었다. 왜 핀란드인가? 그것 또한 모르겠다. 그냥 계시처럼 핀란드에 와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글을 매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나는 핀란드에 와 있다. 조금은 복잡한 마음을 안고서. 오늘은 헬싱키에 온 지 이틀째를 지나고 있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마음 상태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쓰고 또 쓰는 것뿐이다. 이 여정이 무엇을 남길지는 글쎄.. 돌아가는 한국 비행기에서는 알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