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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정윤 Dec 24. 2024

핀란드를 느리게 여행한다는 것

하루에 하나씩

시간 부자의 여행은 느리게 흘러간다. 오전 9시 반에 해가 뜨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와서 하루에 딱 한 곳만 본다. 하루는 버스를 타보고 하루는 트램을 타보고 하루는 백화점만 갔다가 다른 하루는 맛집을 가보는 일이다.


하루 동안 어디 어디를 섭렵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는 여행, 관광지를 꼭 가봐야지 하는 목적이 없는 여행은 느리게 걷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여행이다. 거기다 맛집에 대한 집착도 없어서 우리의 하루는 더 조용하고 느리게 흘러간다. 


첫날과 둘째 날은 헬싱키 시내를 나가보고 세 번째 날은 카모메 식당을 찾아가 봤다. 그리고 네 번째 날은 수오멘린나 섬을 가봤다. 재래시장에서 연어구이와 순록고기를 먹어보고 해가 진 헬싱키의 저녁을 경험해 보는 그런 하루. 그리고 여섯째 날에는 집에 가만히 앉아 눈 오는 길거리를 바라본다. 


느리게 다니기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의 얼굴들이 보이고 일상이 보인다. 쪼꼬미 병아리들이 안전복을 입고 줄줄이 길을 건너는 모습, 나이 든 부모의 팔짱을 끼고 여행을 하는 어린 딸의 밝은 얼굴까지.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는 것들이 느린 여행에서는 보인다. 


느린 여행은 낯선 곳에서의 일상과 같다. 특별할 것 없고 조급하지 않은 일들이 일상이다. 느리게 하루를 보내고 느긋하게 밥을 먹고 낮잠을 자는 일은 일상이다. 그래서 일상 같은 여행은 따뜻하다. 


한 겨울의 핀란드의 여행은 매일매일이 따뜻함의 연속이다. 


처음 하는 트램 여행
길을 건너는 병아리들. 헬싱키에서는 유치원 아이들이 길거리를 다닐 때 저런 안전복 같은 것을 입는 모양이다. 귀엽다...!
걸어서 헬싱키 속으로..! 매일매일 한 구역씩 걸어보기.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해서 와봤다. 영화에서와 구조는 조금 다른 듯..?
비프카레를 시켜봤다. 따뜻한 카레가 몸을 데워주던 순간.
소꿉놀이 같은 아침밥 해 먹기. 하루 두 끼는 요리를 해서 먹는다. 그래봤자 샐러드 정도지만. 아무것도 아닌 요리가 핀란드에서 진짜 살아간다는 느낌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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