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랑이란
핀란드에 온 지 벌써 6일째가 되었다. 글쓰기 여행인 만큼 새벽 4시에 일어나 (시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일 4시간-5시간 정도 글을 썼고 해가 떠있는 오후 동안에는 마실을 다녔다.
그리고 핀란드에서 처음 맞는 주말, 아무 데도 나가지 않기로 계획을 세웠다. 바깥에는 눈이 내린다. 헬싱키의 날씨는 (의외로) 따뜻하다. 어느 날은 눈이 내리고 어느 날은 비가 내린다. 헬싱키 사람들은 우산을 거의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변덕스러운 겨울 날씨에 꺼내기가 귀찮은 모양이다. 그리고 나도 지금은 우산 없이 다닌다.
항상 눈이 쌓여 있는 헬싱키는 내 목숨은 내가 지킨다는 느낌으로 조심히 다녀야 한다. 염화칼슘을 뿌리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서울만큼 자주 뿌려주지는 않는지 곳곳에 눈이 쌓여 있고 일부는 얼어 있다. 걸음을 정성스럽게 걷지 않으면 어디서건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잘 걸어 다니는 것을 보면 핀란드 사람들은 예외인 모양이지만.
평온하기만 한 핀란드의 하루에 가슴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한 겨울의 러너들이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여기에도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길거리를 뛰는 사람들이 있다. 눈 쌓인 길을 뛰는 사람, 물에 젖은 길을 뛰는 사람, 눈이 와도 뛰는 사람, 하물며 유모차를 끌고 뛰는 아빠의 모습까지 다양하다. 어떤 환경에서도 뛰는 사람들을 보면 내 가슴도 불타오른다. 아아.. 나도 뛰고 싶다!
이런 것이 진짜 사랑이다. 조건을 가리지 않는 것이 사랑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달린다는 것은 그만큼 달리기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조건 없는 사랑이란 어떤 핑계도 대지 않는다는 뜻 아닌가. 그 정도로 결연하며 깊은 것이 사랑인 것이다.
여기서는 갖춘 것이 없어 무리지만 (역시 달리기에 대한 내 사랑은 아직도 멀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조건 없이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리라 마음먹어 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