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나무커피를 아시나요?

- 천국의 커피에 대하여

by 김뭉치

오늘은 무시무시한 악몽을 꿨다.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자 남편도 일어났다. 기분 나쁜 꿈이었지만 꿈에서 깬 뒤, 이 얘기를 그대로 글자로 옮겨 적기만 하면 한 편의 소설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기억해야지, 뒤척이며 생각했다. 그러나 아침이 되고 꿈은 휘발되고, 그 자리엔 희미하게 꿈속에서 천장의 얼룩을 바라보던 내가 있었다.


다른 꿈들이 생각난다. 남편과 밤중에 밖으로 나갔다. 한창 불심검문이 이뤄지고 있었다. 우리는 술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자전거를 끌고 나와 검문을 당하지 않는다며 좋아했다. 꿈이니까 가능한, 허황된 이야기였다. 자전거를 끌고 둘이 함께 오르막길을 올랐다. 남편은 갑자기 펜션 투어에 나서자고 했다. 처음엔 ‘왜?’ 하는 의문이 떠올랐지만 이내 가라앉았고 바로 앞에 있는 한옥 펜션부터 구경하기로 했다. 그 펜션은 일반 가정집과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촌스러운 꽃무늬 벽지와 침대보가 눈에 띄었다. 방이 많다는 게 다른 가정집과 다르다면 다를 거였다. 그럼에도 그곳엔 이상한 정감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묵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펜션 주인의 딸 같은 사람이 하얀 반팔 면티에 까만 핫팬츠를 입고 긴 머리칼을 드라이기로 말리고 있었다.


나의 꿈에서 장면의 전환은 늘 급격하지만 꿈을 꾸는 동안의 나는 그것이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걸 캐치하지 못한다. 꿈의 전환은 언제나 자연스럽다. 꿈속의 한옥 펜션과 실제 우리 집이 겹쳐져 방 구조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어떤 집안에서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하늘빛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평소처럼 아팠던 엄마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엄마는 늘 온몸이 시렸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팔 티셔츠를 입고 솜이불을 덮고 잤다. 반팔 티셔츠를 입은 엄마를 보자 하늘나라에서는 엄마가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살도 좀 빠지고 키도 커진 것 같았다.


나는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품에 안기고 두 팔로 허리를 감고 매달려 애교를 부렸다. 엄마가 기뻐했다. 웃음 짓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엄마가 천국 사람이라는 걸 말할까, 하다가 말았다. 엄마가 알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만약 엄마가 모르고 있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슬퍼할 것 같았다. 동생과 엄마와 아빠와 남편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았다. 엄마가 두릅나무커피가 먹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타 오겠다고 했다.


KakaoTalk_20181109_095326314.jpg 두릅나무커피, 라니 참 신기한 것도 있다며 천국의 음식은 참으로 독특하구나, 생각했다


두릅나무커피, 라니 참 신기한 것도 있다며 천국의 음식은 참으로 독특하구나, 생각했다. 주방에 가 보니 믹스커피처럼 포장된 두릅나무커피가 있었다. 포장지를 뜯고 그걸 컵에 쏟아 붓고 따뜻한 물도 부어 휘휘 저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믹스 커피를 타는 방법과 동일했다. 나는 포장지를 뜯고 그걸 컵에 쏟아 붓다가 일부의 커피 알갱이와 좀 많은 설탕을 싱크대와 인덕션에 흘렸다. 이걸 마시고 엄마 혀가 쓰면 어쩌지, 두릅나무맛도 날 텐데. 설탕을 더 넣으려다 일단 엄마가 드셔보게 한 뒤에, 쓰다고 하시면 다시 넣기로 하고 흘린 알갱이들을 대충 치웠다. 오늘도 나는 뭉치구나, 자괴감을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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