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눌린 여성들은
언제고 무기를 꺼낼 수 있다

by 김뭉치

엄마의 첫 생신제가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어디론가 떠났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엄마의 꿈을 자주 꾼다. 오늘 꿈에선 자다 일어나 보니 엄마가 우리 집 주방에서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나는 놀랍고 기뻐 엄마의 폭신폭신한 허리를 끌어안았다. 엄마는 흡사 솜사탕 같았다. 달콤한데 금방 녹아버릴까 걱정이었다. "엄마, 어디 다녀오셨어요? 다녀온 곳은 어땠어? 좋았어?" 엄마는 무언가 말하려다간 입을 다물었다. 혼자 다녀온 곳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던 나는 엄마가 끓인 찌개가 너무 맛있겠다고 춤을 췄다. 애호박이 들어가 달큼하고 시원해 보였다.


엄마랑 놀고 있는데 아빠가 어디선가 맥주 두 병을 가지고 왔다. 아빠를 보니 갑자기 화가 나서 "잘하는 짓이다, 이런 날까지 술을 가지고 들어와야겠어?"라는 볼멘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아빠를 비꼰 게 좀 심하긴 했다. 이상한 억하심정이 꼬일 대로 꼬여 그렇게 표현된 듯했다. "애 말 좀 들어요." 엄마가 말하는 순간, 아빠는 갑자기 분노 조절에 실패하고 들고 있던 맥주병으로 엄마의 머리를 가격했다. 나는 너무도 놀라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쓰러진 엄마를 부여잡고 "엄마, 엄마" 외쳤다. 그리고 나는 무엇인가 결심한 사람처럼 눈이 뒤집어져 아빠가 들고 있던 또 다른 맥주 한 병으로 뒤돌아선 아빠의 머리를 내리쳤다. 언제까지고 계속. <러브 데스 로봇>의 에피소드 「무적의 소니」처럼.


너무나도 잔인한 꿈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 남편을 껴안았다. 남편은 본인도 악몽을 꾸고 있던 중이었다고 했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남편에게 악몽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나는 그 꿈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잠에 빠졌다. 이번 꿈은 몹시도 잔혹했지만 이상하게 소설적인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서 엄마가 요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꿈속에서라도 엄마가 집안일에서 해방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소니가 촉수를 내밀어 디코의 머리통을 부수기 위해 다가가는 순간에는 이상한 해방감과 짜릿함이 있다. 억눌린 여성들은 언제고 무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게 「무적의 소니」와 나의 꿈의 본질 같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엄마가 꿈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오늘도 엄마를 볼 수 있어 참으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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