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화양영화 04화

유리천장을 깨고 비상한 <캡틴마블>

- 여성 영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by 김뭉치

디즈니플러스에서 사고를 쳤다. 개봉 전 숱한 논란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캡틴 마블>이 그야말로 '빵' 터졌다. <캡틴 마블>은 넷플릭스에 대항해 만들어진 디즈니플러스의 첫 번째 MCY 독점 서비스 콘텐츠다. 영화 속에서 비어스가 넷플릭스의 초기 모델인 블록버스터 비디오에 추락해 가게를 깨부수었듯 캐럴 댄버스는 넷플릭스도 깨부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것은 지켜볼 일이지만 나는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 최대한 절제했지만 영화의 스포일러로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 부탁드립니다.



DISCOVER WHAT MAKES HER A HERO

<캡틴 마블>은 히어로의 탄생 기원을 다룬다는 점 외에도 한계를 극복하고 기어코 히어로가 된다는 점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 배경을 다룬 <퍼스트 어벤져>와 닮은꼴이다. 히어로물의 문법을 따르는 여성 서사라는 점에선 역시 히어로물의 문법을 따르지만 흑인의 이야기를 다룬 <블랙 팬서>와 비슷하다. 특히 여성에게 끊임없이 너 자신을 증명하라는 남성, 사회의 통제와 멘토연 하는 맨스플레인에서 벗어나 '나는 너에게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캡틴 마블의 일갈은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캡틴 마블>은 <퍼스트 어벤져>, <블랙팬서>와 비슷한 면이 있다


사실 개봉 전부터 '레디컬 페미니즘 영화'라는 소문이 돌았던 <캡틴 마블>은 그 덕에 호평과 혹평, 평점 테러를 동시에 듣고 겪고 있다. 아무래도 애나 보든 감독이 브리 라슨을 캐스팅한 배경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을 거다. 수상자인 케이시 애플렉에게 박수를 치지 않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그의 뒤에서 무표정으로 서 있는 것으로 대표되는 페미니스트로서의 브리 라슨의 이미지가 한몫했을 거란 얘기다. 공교롭게도 브리 라슨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납치 감금된 성범죄 피해자로 열연을 펼친 <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터였다. 북미에선 <캡틴 마블>의 페미니즘적 스토리를 강조해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그렇다. 세계 영화시장 1위인 북미보다 대한민국에서의 개봉이 이틀 빨랐다).


페미니스트로서의 브리 라슨의 이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기존 코믹스의 미즈 마블과 브리 라슨과의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나는 이 영화 개봉 전부터 <캡틴 마블>에 대한 기대가 전무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받을 만큼 <룸>에서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원작이 원작이니만큼 코믹스와의 싱크로율이 자연스레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캐스팅 때의 조앤 롤링의 우려와는 달리(원작과 달리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이 너무 예뻤기 때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개봉 후 엠마 왓슨이 완벽한 헤르미온느 그 자체였던 것처럼, 영화 개봉 후 마주한 브리 라슨은 그대로의 매력을 지닌 캡틴 마블이었다.


(좌) 코믹스의 캐럴 댄버스 (우) 성폭행범에게 감금 후 탈출을 그린 브리 라슨 주연의 영화. 두 사진의 이미지 갭이 크다


캡틴 마블 VS 다른 히어로들의 파워 게이지는?

영화는 25년 전인 1995년을 배경으로 한다. 여성이 파일럿을 꿈꿀 수 없던 시절에 캐럴 댄버스는 끝내 파일럿이 되고야 만다.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버지, 오빠, 동료 등 수많은 남성들의 손가락질과 조롱, 경멸과 무시를 견딘 과거가 있었다. 코믹스에서 캐럴 댄버스는 공군 장교이자 전투기 파일럿이고 공군 정보부에서 활약한 바 있는 스파이다. 블랙 위도우급의 첩보력, 위장력, 기획력, 추진력이 있다는 얘기다. 이미 <캡틴 마블>이 되기 전부터 캐럴 댄버스는 여성 히어로였던 것이다. 단지 훨씬 강한 파워를 얻게 됐을 뿐.


캐럴에게는 블랙 위도우급의 첩보력, 위장력, 기획력, 추진력이 있다


영화에서 캐럴 댄버스는 반은 크리족, 반은 인간이다. 크리족으로서 캐럴은 빼어난 전사이며, 초월적 지능을 가졌지만 반은 인간이기에 감정적이다. 영화에서 캐럴 댄버스의 멘토를 자처하는 욘 로그는 캐럴에게 감정을 누르고 이성적인 전사가 되라고 끊임없이 가르친다. 욘 로그가 캐럴에게 가슴 말고 머리로 생각하라고 계속 주지시키는 모습에선 여성의 감정적인 측면을 비판하는 남성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감정적'이라는 건 캐럴 댄버스의 단점이기도, 장점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그 감정이 우세하는 지점을 한 번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그런 장면은 없어 아쉬울 만큼. 코믹스의 미즈 마블이 후엔 알코올 중독으로 어벤져스에서 사퇴하고 시애틀로 옮겨가서 SF를 쓴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기에 더욱 그랬다(게다가 토니 스타크와 함께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설정이 참 재미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영화는 지금까지 자신이 사회와 남성이 만든 보이지 않는 장벽에 의해 숱하게 통제당해왔음을 깨닫고 각성해 자유로워진 캡틴 마블이 그 자유로움 안에서 엄청난 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억을 잃고 나를 찾던 캐럴 댄버스가 드디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거다. 사실 영화 속 캡틴 마블은 인피니티 스톤 중 하나인 테서렉트로부터 파워를 얻었다. 비전이나 스칼렛 위치를 떠올려 보면 캡틴 마블의 파워 게이지가 어느 정도일지 대충 감이 잡힌다. 게다가 각성하자마자 탄도미사일을 가볍게 뚫고 로닌의 우주선을 손쉽게 파괴하는 모습은 꼭 <인피니티 워>에서 각성한 토르 같았다. 각성한 토르는 혼자서도 풀 스톤 건틀렛을 장착한 타노스의 공격을 뚫고 치명타를 먹일 정도로 강했다. <캡틴 마블>을 보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더욱 기대된 이유다.


테서렉트로부터 파워를 얻은 비전, 스칼렛 위치, 캡틴 마블


코믹스에 따르면 캡틴 마블은 100톤 정도를 들어 올릴 수 있다. 또한 에너지 흡수 능력을 이용해 체력을 언제든지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한계가 없다. 인간보다 강한 근조직, 다른 초인들보다 강한 내구력과 체력을 자랑하기에 12시간 풀로 피곤함 없이 싸울 수 있다. 신체는 방탄이기 때문에 강력한 타격뿐만 아니라 극한의 온도나 압력도 견딜 수 있다. '마이티 어벤져스'에서는 폭발하는 핵폭탄의 힘까지 강해질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 울트론 이니셔티브 스토리에선 울트론과 싸우는 센트리를 다 던질 정도였다. '시빌 워' 2에선 아이언맨의 프라임 아머를 박살 냈다. '어벤져스' vol. 5 # 39에선 헐크에게 블리츠 공격을 가했다. 『피어 잇셀프』에서 헐크가 아스가르드의 두려움의 신 서펀트의 힘을 받아 눌(Nul)로서 강해졌을 때도 눌을 피하고 들어 올려 쓰러뜨렸다. 또한 '마이티 어벤져스'의 고, '시빌 워' 2에선, 타노스에게 강력한 일격을 선사했는데, 이는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의 기대감을 더욱 가중시킨다.



* 여기부터는 확실히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 가기 부탁드립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포톤 에너지를 손 끝에서 방출해 공격할 수 있다. 또 음속보다 6배 빠르게 비행하고, 진공 상태에서도 날 수 있으며, 공중 부양해서 떠 있을 수도 있다. 흡사 슈퍼맨급의 사기캐다. 크리 제국과 지구의 다양한 종류의 독극물과 전염병,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졌으며, 감각들도 강화돼 있다. 제한적이지만 위험을 특별히 감지할 수 있는 7번째 감각이라는 특별한 감각도 있다. 영화의 결말, 캡틴 마블은 우주로 떠나는데 혈혈단신으로 저렇게 떠나도 되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는 에너지를 흡수해 살 수 있기 때문에 물, 영양분, 수면이 필요 없다고 한다.


캡틴 마블 초사이언설?


게다가 캡틴 마블은 다개국어 능통자다. 크리인의 언어와 시아인의 언어에도 능통하다. 화기류와 무술에 능통하며, 외계 우주선들이나 어벤져스 퀸젯 같은 특수 비행선들을 조종할 수 있다. 또한 한때 JJJ 밑에서 칼럼을 쓰기도 한 칼럼니스트로서 작문 실력과 편집력도 뛰어나다.


사기캐 캡틴 마블



지금까지의 마블 영화 중 가장 좋았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아주 세련되게 잘 빠졌다. 1990년대 무드의 뉴트로풍으로, 당시 유행했던 그런지 룩, 너바나의 노래, 삐삐 등이 향수를 자극한다. 한편 이를 배경으로 궁금했던 닉 퓨리의 과거 - 예를 들어 그가 왜 안대를 착용하게 됐는지랄까 - 와 디지털 디에이징으로 완성된 젊은 닉 퓨리, 그리고 무엇보다 확실한 액션이 펼쳐진다. 거기에 미드 <시간여행자>와 쌍벽을 이루는 AI 지도자 슈프림 인텔리전스(공상과학 러뷰), 우주 전쟁, 카체이싱,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양념으로 쳐 감칠맛을 더했다(구스는 진심으로 신 스틸러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 저리 가라다. 아마 냥집사들은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지 않곤 못 배길 거다).


심장아, 나대지 마. 구스 심장 폭행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데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리 라슨이야 말할 것도 없고 닉 퓨리 역의 사무엘 L. 잭슨, 탈로스 역의 벤 멘델슨, 섹시한 미네르바 젬마 찬, 아름다운 우정을 보여주는 마리아 램보 역의 라샤나 린치와 훗날 캡틴 마블, 포톤, 스펙트럼 등의 히어로 아이덴티티로 활동하며 어벤져스의 실제 리더가 될 모니카 램보가 사랑스럽다. 심지어 페미니즘 영화를 지향하면서도 <원더우먼>처럼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전락시키지도 않는다. 그저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충실히 보여준다. 이게 내가 지금까지의 마블 영화 중 <캡틴 마블>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탈로스 역의 벤 멘델슨 ⓒ 마블 코리아


더불어 늘 각 히어로의 모습들을 차례로 내보내며 로고를 내보냈던 것과는 달리 <캡틴 마블>은 스탠 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Thank you Stan"으로 마무리해 눈시울을 붉게 했다. 인트로부터 결말까지, 충분히 티켓값을 했다. 쿠키 영상은 영화 본편이 끝나고 타이틀 시퀀스까지 끝난 직후에 나오는 것과, 스탭 롤이 끝난 후 나오는 것까지 총 2개다. 스탭 롤이 끝나고 나선 관객의 탄식 어린 탄성이 이어졌다.


Thank you Stan!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언맨 1>부터 <캡틴 마블>까지 참 많은 히어로물이 지나갔다. 자, 이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준비할 시간이다.


이제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준비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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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http://bitly.kr/PH2Qw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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