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 편, 나도 엄마 편

by 김뭉치
그날 나는 결심했다. 결코 엄마의 벌이 되지 않기로.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를 뒤늦게 보았다. 췌장암에 걸린 엄마를 떠나보내는 한세계(서현진)의 모습을 보면서는 기어이 눈물을 훔쳤다. 그중 나를 감동시킨 장면이 유튜브에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클립의 제목은 "딸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유일한 흔적". 게시자는 "언제나 친구처럼 애인처럼. 당신에게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영원한 내 편 엄마 사랑해"라고 '더 보기'란에 적어두었다. 세계는 "너 아프면 다 내 잘못 같"다는 엄마 말을 듣고 자신의 병을 끝끝내 숨기려 한다. 자신의 병을 엄마가 알게 되면 그건 곧 엄마의 벌이 되므로. 그러나 엄마의 임종이 다가왔을 때 세계의 모습은 변하고 세계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엄마를 보낸다. 엄마는 얼굴이 바뀐 딸을 기어코 알아보곤 미안하다고 한다. 세계는 엄마는 잘못 없다고, 엄마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얘기한다.


너 아프면 다 내 잘못 같아

생각해보면 우리 엄만 뭐든 잘 키웠다. 어릴 땐 작물을 잘 키웠다 했다. 그리도 농사를 잘 지었다 했다. 엄마 말이 과장은 아닐 것 같은 게 그야말로 쑥쑥 자라던 엄마의 화분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아파트 벽면을 가득 메웠던, 엄마가 키우던 식물이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오는 모든 사람들이 신기해하며 엄마에게 비법을 물었다. 엄마가 키우던 그 수많은 작물, 식물 중 제일은 뭐였을까.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 때때로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중에 제일은 생때같은 나와 동생을 키워냈던 거였으면 좋겠다고 내심 기대하면서.


엄마 잘못 없어, 엄마 잘못 하나도 없어

우리 엄마는 희생의 아이콘 같은 사람이었다. 평생 본인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제 와 나는 엄마의 마지막 선택이 오로지 엄마 자신을 위한 것이었길 바라본다. 돌아가시기 전 엄마는 늘 엄마의 병원비를 걱정하곤 하셨다. 아무래도 내 병원비로만 1년에 1억 원은 나가는 것 같아,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며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때 나는 설사 병원비가 1년에 1억 원이 나가더라도 엄마는 엄마 생각만 하라고 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엄마 생각대로, 엄마 뜻대로 살아본 적 없이 아버지 뜻대로, 남편 뜻대로, 자식 뜻대로 살아왔으니 이제는 당신 뜻대로 살아야 될 때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가 병든 당신의 육신을 자식들의 벌로 생각했으면 어쩌나.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불안해진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33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 33년을 더 살고 그다음 33년을 더 살더라도 아무런 조건 없이 날 사랑해준 사람은 우리 엄마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다. 너무 가까워서, 늘 함께일 줄 알아서 엄마한테 못해준 게 참 많다. 소중한 사람에겐 더 잘해야 한다는 걸,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니라는 걸,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그저 노랫말이 아니었단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의 유일한 흔적이 나와 동생임을 알았으니 함부로 살아내지 못할 것 같다. 우리는 각자의 존재이자 엄마의 흔적이므로. 언젠가 나 역시 <뷰티 인사이드> 클립을 유튜브에 게시한 분의 말을 빌려 엄마에게 긴 긴 편지를 꾹꾹 눌러 담고 싶다.


언제나 친구처럼 애인처럼, 당신에게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언제나 친구처럼 애인처럼, 최 여사 당신에게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전 천국이 있을 거라 생각하게 됐어요. 엄마랑 나랑 한 약속 때문에요. 우리 둘 중 먼저 죽는 사람이 남아 있는 다른 사람의 꿈에 나타나 천국이 있다면 알려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엄마가 꿈속에 등장할 땐 늘 천국이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끝까지 약속 지켜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다시 한번 영원한 내 편, 엄마 사랑해. 살아 계실 때 엄마는 늘 내 생각만 했죠. 이제 와 돌아보니 엄마는 언제나 내 편이었는데 나도 내 편이었어요. 결국 난 말로만 엄마 편이었지 속은 시커멓게 내 편이었어. 현명한 엄마는 그런 내 맘 다 알았을 텐데… 정말 미안해요, 엄마. 이제부터는 나도 엄마 편이 될게요. 언제까지나 영원히 엄마 편. 그러니 천국에선 엄마도 엄마 편으로 살아야 해요. 엄마도 엄마 편, 나도 엄마 편으로,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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