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화양영화 01화

조정석, 한국의 톰 크루즈

- 영화 <엑시트> 리뷰

by 김뭉치

<엑시트>의 용남은 납득 가능한 캐릭터다. 용남의 캐릭터가 과거 <건축학개론>에서 조정석이 보여 주었던 납뜩이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히 국가적 재난급으로 애달픈 청년 세대의 삶을 그가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납득 가능한 용남 캐릭터가 보여주는 청년 세대에 대한 은유

테러범이 살포한 연기가 국제도시를 가득 메울 때 헬기는 높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구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가장 잘 보이기 때문이다. 낮은 건물에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현실. 이게 <엑시트>의 은유다. 하나님은 낮은 자들에게 은혜가 임하시고, 낮은 자와 함께하겠다고 하셨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는 다르다. 낮은 자들의 삶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높은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구조되는 걸 보면서 용남은 말한다. 여기서 탈출하게 되면 "저렇게 높은 건물이 있는 회사에만 원서를 내겠다"고, "꼭 그럴 거"라고.


"나 여기서 탈출하게 되면 저렇게 높은 건물이 있는 회사에만 원서를 낼 거야. 꼭 그럴 거야."


<엑시트> 속 용남은 화목한 가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란 것 같지만 그럼에도 졸업 후 계속 취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의 장래는 불투명하다. 가구 전시장으로 의주와 함께 걸어갈 때 화면의 오른쪽 구석에 비치는 현수막의 메시지(이스터에그)는 "35년... 버텨줘서 고마워!"다. 그리고 용남은 가구 전시장의 침대 매트리스를 던진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기 위해 매트리스를 던져야만 하는 용남은 앞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


"오래된 만큼 빛나고 가까운 만큼 소중한" 용남(좌)과 의주(우)


<슈퍼마리오>와 <미션 임파서블> 사이의 액션

용남을 연기하는 조정석의 매력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그것이다.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지질하게, 그리고 때로는 순수하게 조정석은 용남을 연기한다. 그 러블리함에 그가 끼얹는 것은 한국형 톰 크루즈로서 펼치는 액션. 초반 20분의 드라마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용남과 의주의 대탈출극으로 펼쳐진다. 굳게 닫혀 있는 구름정원의 옥상문을 열기 위해 펼치는 용남의 컨벤션홀 클라이밍은 서스펜스를 극대화하고 이후 비디오 게임처럼 펼쳐지는 용남과 의주의 탈출 액션은 흡사 <미션 임파서블>의 한국형 버전을 보는 느낌을 준다. <슈퍼마리오> 같은 횡스크롤 게임에서 주인공이 도망치는 이미지를 생각했다는 이상근 감독의 말처럼 용남은 미션을 클리어할 때까지 뛰고 오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슈퍼마리오>와 <미션 임파서블> 사이의 <엑시트>


그래서일까. 탈주의 쾌감을 극대화한 <엑시트>를 보고 나면 용남과 의주처럼 클라이밍을 하며 땀 흘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덧붙여 의주를 연기한 임윤아의 액션도 훌륭하다. 하지원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여성 액션스타의 발견이랄까. 정말 잘 달린다. 극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낼 정도로 몸 잘 쓰는 두 배우의 모습을 보는 게 영화 내내 즐거웠다.



청년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

<극한직업>처럼 웃음 하나만 보고 달려가는 장르는 아니지만 <엑시트>의 톤은 재난을 그리면서도 긍정을 잃지 않는다. 소시민들은 영웅이 되려 하지 않고 그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할 일을 한다. 용남과 의주는 구조 헬기에 타려고 몸싸움을 하지 않는다.


극 초반, 용남은 지진 재난 문자를 받고 "우리 동네가 아니라 다행이네"라고 말한다. 그랬던 용남이 살고 싶어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도 아이들에게 구조 헬기를 양보한다. 그렇게 영화는 청년들을 믿고 그들이 실천하는 연대를 보여준다.


게다가 <엑시트>는 가스 테러 용의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연을 일일이 언급하지도 않고 신파 코드도 넣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깔끔하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재난 대처법을 보여줘 유익하고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엔딩곡 <슈퍼히어로>(이승환)에도 삽입된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는 SOS 모스 부호( · · · – – – · · ·) 신호다. 모스 부호에서 짧은 신호 3개(따따따)는 S를, 긴 신호 3개(따 따 따)는 O를 의미한다.


"살려-주세요. 따따따 따 따 따 따따따"


뻔한 양산형 코미디물이라 생각돼 이 영화 보기를 꺼렸는데, 보고 나니 뻔한 양산형 코미디물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발전을 가늠할 수 있었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영화가 더 재미있다. <엑시트>는 그래서, 상쾌한 영화였다.


청년에게 희망(HOPE)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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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뭉치의 에세이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도 많이 사랑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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