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이는 가장 쉬우면서 효과적인 방법
20년 간 실천해 본 것 중 가장 첫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습관은 바로 '달리기'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 나서였다.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좋아했던 나는 하루키가 원래 달리기 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문득, '달리기를 해볼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하루키가 말하는 달리기에 대해 들으면 동기부여가 생길 것 같았다. 하루키는 글을 쓰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고 매일 1시간을 달리는 사람이었다. 나도 무척이나 고무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달리기에 대해 강조한다. '미라클 모닝'의 할 엘로드는 한때 모든 걸 잃고 폐인처럼 방구석에 처박혀 살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와서 해줬던 말이 '일단 나가서 뛰어!' 였다. 할 엘로드는 친구의 말을 듣고 달리기 시작했고, 결국 울트라 마라톤(42.195km를 두 번 뛰는 것)을 완주했다. 그리고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우리가 인생을 즐겁게, 그리고 보람차게 살아가려면 반드시 두 가지 측면에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체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뇌를 자극하는 것도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정신적으로 깊이 사고하고 배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체를 활용해서 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달리기는 신체를 활용하여 뇌에 긍정적 신호를 주고 심장, 종아리, 폐, 복근, 기립근, 어깨, 전신을 단련시켜 준다.
나는 수영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맨몸 운동도 한다. 습관편 첫 번째를 달리기로 쓴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달리기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접근성이 좋다. 내 신체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없다. 어디서 뛸지도 고민할 필요 없다. 그냥 집앞에 나와서 뛰면 된다. 운동화 한 켤레와 입을 수 있는 옷만 있으면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 신혼여행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갔을 때도 운동화만 한 켤레 챙겨갔다. 운동화만 신고 나와서 달리면 새로운 환경을 만끽하며 달릴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가도 달리기는 계속 할 수 있다. 친구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온 적이 있다. 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친구 아파트 단지를 뛰었다. 세대수가 많은 아파트라 그런지 단지 내에 트랙도 있고 아파트 사이를 뛰어다녀도 충분히 달릴만했다. 운동화만 있으면 어디에 가든 달린다는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
달리기는 그만큼 시작하기에도 좋고, 습관을 유지하기에도 좋다. 한 번에 너무 많이 뛰려고 하지 말고, 너무 빨리 뛰려고도 하지 말자. 하루키 책을 읽고 동기부여 받아 하루 20~30분씩 뛰고 출근을 했었다. 문제는 기록을 빨리 단축시키고 싶은 마음에 1km당 5분대로 뛰었다. 하루키처럼 매일 쉬지 않고 뛰다보니 한 달이 지나자 왼쪽 무릎이 전기가 오는 것 처럼 아파왔다. 부상은 최악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습관이 무너지고 다시 시작하기 겁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처음부터 너무 빨리 뛰려고, 또 많이 뛰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
천천히 1km에 7분 30초 정도로 걷는듯 뛰는듯 시작하는 게 좋다. 그리고 나이키 공동 창업자가 쓴 빌 바우어만의 '조깅의 기초'를 읽어보면 속도에 너무 민감할 필요 없다고 말해준다. 조깅이란 것 자체는 느린 페이스 또는 지속적인 러닝과 숨을 고르는 걷기가 번갈아가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천천히 달리고 힘들면 좀 걷고 괜찮아지면 다시 뛰고 해도 된다는 말이다. 그 시절의 나는 너무 하루키처럼 되려고 했다. 그냥 뛰면 된다. 옆에 있는 사람이랑 대화하면서 숨이 찰 정도면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침에 달린다. 일어나자마자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옷을 입고 나간다. 멀리나가서 뛰지도 않는다. 일단 행동에 저항이 될 수 있는 단계들을 최소한으로 만들어놓는다. 뭘 입을지 고민하지 말고, 뭘 신을지 고민하지 말고, 어딜 뛸지 고민하지 말고,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 뛸지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있는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하나밖에 없는 러닝화를 신고 나간다. 애써 달리기를 할 수 있는 트랙이나 공원으로 가지도 않는다. 그냥 아파트 단지를 뺑뺑 돈다. 경비아저씨도 만나고 신문배달 기사도 만난다. 출근하려고 차에 시동을 걸어놓고 담배를 피우는 주민도 본다. 그리고 난 그냥 뛴다. 일찍 일어난 날은 더 뛰고 늦게 일어난 날은 그냥 5분만 뛰는 날도 있다. 배가 아파서 400m밖에 못 뛰고 집으로 다시 들어간 날도 있다. 그럴 땐 그냥 밤이나 점심시간에 좀 더 뛰었다. 매일 컨디션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속도나 얼마나 뛰었는지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오늘 아침에 달렸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그걸 완수한 나를 칭찬한다.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성공 경험'으로 시작한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 사람이고, 오늘 하루도 건강해 졌다는 자부심을 갖는다. 해냈다는 마음을 품고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씻고 출근한다. 나는 그래서 아침 달리기가 좋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아침에 뛰라는 건 아니다. 시간도 자유다. 자기가 뛸 수 있는 시간에 뛰는 게 좋다. 다만 나는 아침에 뛰고 상쾌해진 몸으로 출근을 할 때 가장 효율이 좋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아침에 뛴다.
난 기본적으로 숫자랑 통계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록은 해둔다. 나이키 런 앱에 매일 기록하고, 얼마나 달렸는지는 확인을 한다. 다만 그 기록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확인용으로 기록할 뿐이다.
달리기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그냥 내 호흡에 집중하면서 조금만 뛰어보자. 매일 뛰다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난 내 종아리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줄은 몰랐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몸매가 있다. 하체, 특히 종아리가 멋있어 진다. 처음 뛸 땐 좀 힘들어도 나중엔 아주 편해진다. 달리는 자체가 재미있어 진다. 천천히 계속 달리다 보면 심장이 아주 강해진다. 심장이 강해진다는 건, 심장의 펌프질이 아주 강해지는건데. 이는 천천히 달릴 때 강화된다. 요즘 세상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은데, 심장이 강해지면 스트레스 면역력도 올라간다.
우리 외가는 가족력이 심장질환이다. 다들 심장마비로 사망하셨다. 그만큼 나는 심장 건강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천천히 달리는 걸 선호한다. 빠르게 뛰면 폐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해지고, 천천히 뛰면 상대적으로 심장이 강해진다.
20년 동안 읽은 자계서 중 가장 도움이 됐던 습관들 중 첫 번째를 소개했다. '달리기'는 모든 좋은 습관들 중에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습관이다. 우리 몸만 있으면 되는 좋은 습관이다. 여유가 있으면 좋은 러닝화를 하나 사고,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구입하자. 입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어딜뛰든 상관없고 언제 뛰어도 상관없다. 1km를 몇 분 안에 뛰어야 하는 페이스조절도 필요 없다. 그냥 뛰면 된다. 일단 뛰고 그 다음에 생각하자. 분석적 사고를 내려놓고 지금 당장 옷을 입고 나가서 5분만 뛰어보자. 내 삶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