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자주 보이는 스트링 치즈를 아시나요? 이 스트링 치즈를 반으로 똑 잘라 위에서 살짝 누르면 제 과거의 몸이 됩니다. 좁은 어깨, 통자 허리, 포동포동 아기다리, 그리고 탄력없이 퍼져있는 날달걀 같은 엉덩이. 사실 헬스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반토막 난 스트링 치즈 같은 제 몸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나 감상이라 할 만한게 없었습니다. 그냥 데리고 살았달까요?
그런데 막상 헬스에 재미를 붙이고 나니 몸 이곳 저곳이 왜 이리도 신경 쓰이는지요..
헬스를 독학하고 있다보니 헬스 유튜버들의 영상을 정말 많이 봐왔습니다. 영상을 보면 새로운 운동을 배울 수 있어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영 찜찜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이 사람은 애초에 DNA가 남다른 것 같은데?', '에이~ 저 사람은 원래 타고난 힙 모양이 좋았던거네.' 하며 그들의 숨은 노력을 야금 야금 깎아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똑같이 1년 반을 운동했는데, 내 워너비 몸매를 진작에 갖게 된 사람을 보면 묘한 패배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괜한 억울함과 조급함이 느껴질 때면 제가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 즉 '다른 사람의 노력을 평가 절하' 하고는 했던 것 같아요.
아마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어릴 적 내 습성이 남아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20대 초까지만 해도 매일 '저 사람이 나를 일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면 어떡하지?', '날 정없는 사람으로 보면 어떡하지?' 등등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습니다. 그리고 실수나 문제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자책하는 것이 빼먹지 않는 하루 일과가 되었어요.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에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했던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저를 서서히 죽여가고 있었음은 확실했습니다.'자기 자신을 몰아세우고 자책하기'라는 대회가 있었다면 당시의 저는 우리나라에서 꽤나 순위권에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책 '미움 받을 용기'에서 알게 된 '과제의 분리'라는 개념을 삶에 적용해 본 후로는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과제의 분리란 나의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명확히 구분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년 이상 꾸준히 헬스를 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해봅시다. 그 과정에서 설령 몸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헬스는 열심히 하는데, 몸이 아직 큰 변화가 없네?'라며 멋대로 판단하는 건 타인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목표와 성과에 대해 뭘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냥 그 사람의 과제라는 것이죠. 저는 그저 제 나름의 목표를 이뤄내면 그만입니다.
책) 미움받을 용기
이런 마인드를 가지게 된 후,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자책하던 나쁜 습관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그래야 이 정글 같은 삶 속에서 뒤쳐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테니까요. '비교를 아예 하지 말아야지'라는 식의 접근보다는 비교를 하게 된 이유를 돌아보며 내가 진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쪽이 제겐 훨씬 이득이었습니다. 헬스로 몸을 가꾸어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사람은 나랑 헬스 구력도 같은데 지방도 없고 몸이 탄탄하네?.." 라며 의기소침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비교를 통해 제가 마르고 탄탄한 몸을 정말 갖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근육을 유지하며 지방을 줄일 수 있는 다음 스텝을 계획하고, 오직 나만의 과제에 집중하며 실천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전 이 스텝대로 (물론 매번 완벽할 수는 없지만)실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제 몸이 거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웨이트를 시작하기 전과 비교하면, 제 몸 구석 구석 예뻐지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 물론 예상보다 더딘 변화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져보고 싶었던 몸에 느리지만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값지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앞으로 내 인생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