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엔 1-3번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이 경험을 일종의 마음의 '짐'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심하게는 스스로를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자책하는 사람들이 있다.(과거의 나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까짓 거!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
세상에 헬스를 단 한 번만에 본인의 평생 습관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신력 있는 영국의 한 대학,,, 은 아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끈기 있게 노력하는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단 한 번만에 헬스나 어떤 운동을 자신의 평생 운동으로 만든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2021년 가을쯤, 그전에 3번 정도 헬스를 시도했다 포기하고 난 후 4번째로 다시 헬스장 정기권을 끊었다. 대학원에서 열심히 데이터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몸 관리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싶어서 겸사겸사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전의 경험을 미루어 볼 때, '헬스장에 가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스쿼트를 포함해 몇 가지의 운동에만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몇 주 못 가 포기했던 이전과 다르게 5-6개월쯤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 운태기가 또 스멀스멀 찾아왔을 무렵, 취직 준비를 한다는 핑계로 헬스장과 또 멀어지게 되었다. "아,, 이번에 또 실패했구나"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는 새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취직한 회사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을 무렵, 거진 1년 만에 헬스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열의가 차올랐다. 여러 차례 포기했던 것에 대한 미련도 있었고, 아마 그때쯤 연초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일종의 '신년 버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1년 만에 다시 만난 헬스장, 한 편으로는 열정에 불타오르면서도 한 편으로는 너무 두려웠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막막함, 그때 조금이라도 계속할걸이라는 후회, 그리고 이번에 또 습관을 들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까지. 그래도 전에 지속하지 못한 4번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재미'를 최우선 순위에 둬서 종종 찾아오는 운태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근신경계는 이미 다 죽어 있었지만, 전에 비해서는 빨리 활성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무리하게 스쿼트 무게를 높이다 골반을 다친 경험이 있었는데, 덕분에 이번에는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면밀히 공부해 가기 시작했다. 내가 잘하는 분석과 연구를 헬스에 적용하니 헬스가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내 몸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쯤, 아뿔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5일 간 앓아눕고도 2주 정도는 컨디션이 당최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의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좀 과하게 비유하자면, 모래 없는 해변에서 있는 모래 없는 모래 다 끌어다가 작은 모래성을 만들었는데, 하루아침에 파도가 다 쓸어가 버린 느낌이랄까? 2주 뒤 찾은 헬스장, 고작 2주 쉬었다고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 어찌나 허망하던지. 그런데 내 우려와는 다르게 1-2주 만에 원래의 궤도를 찾을 수 있었다.
헬스를 포기하고 다시 시작했던 이 반복적인 경험 속에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지속하지 못하고 포기한 시간일지라도, 그 모든 노력의 시간들이 내 몸 어딘가에 긍정적인 형태로 축적되어 있다는 것'
4번의 시도만에 다시 헬스를 시작해 인생 처음으로 5개월 간 헬스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을 때도, 1년 간 쉬다가 다시 헬스를 시작했을 때에도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나만의 자산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나는 이 실패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1년 7개월 간 헬스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이러다 자의적 이유든 타의적 이유든 헬스를 또 쉬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그까짓 거 괜찮다! 다시 또 하면 되니까!지금의 경험이 그때의 나를 더 멀리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내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