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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Jun 09. 2020

점심시간 1시간은 치유의 시간

한 스타트업 마케터가 점심시간에 하는 일

나는 혼자 보내는 나만의 시간들을 사랑한다. 

저녁에는 갑작스런 회의가 잡히거나 일을 더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벽 혹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나는 현재 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다행이도 점심을 팀원들과 같이 먹을지 아니면 따로 먹을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주 2-3회 정도는 혼자 점심을 먹는다. 점심시간은 나에게 일종의 '힐링타임'인데,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점심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 밥을 먹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 따스한 햇살 맞으며 독서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 따스한 햇살을 한껏 맞으며 야외에서 밥을 먹고, 책을 보는거다. 한솥 도시락, 샐러드, 화덕피자, 샌드위치 등등 메뉴는 다양하다. 요즘은 신선한 샐러드에 푹 빠져있다. 지금은 이미 날이 많이 무더워졌지만 지난 달 말까지만 해도 선선한 날들이 이어졌다. 나는 야외테라스를 정말 사랑하는데, 개인적으로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여유를 갖기에 가장 제격인 장소라고 생각한다. 5월의 선선한 바람,  사람들의 웃음소리, 나뭇잎 사이사이로 내리는 햇빛을 느끼다보면 마음 속에 고요한 행복이 찾아온다. 절대! 절대! 네버! 에버! 고민거리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걱정들로 이 순간을 망쳐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충실히 지금에 집중한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는 20-30분 가량 책을 읽는다. 나는 항상 2-3권의 책을 동시에 읽기 때문에 그 날 그 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햇살을 듬뿍 받을 수 있음에, 내가 먹고 싶은 걸 사 먹을 수 있음에, 좋아하는 글을 읽을 수 있음에, 튼튼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음에 참 감사하다고.' 점심을 혼자 먹었을 뿐인데 감사의 에너지가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 내 맘대로 FLEX 


아주 가끔 혼자만의 flex를 즐긴다. 파스타집, 스테이크집에 혼자 가는 걸 꺼려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나는 전혀 상관없다. 혼자 삼겹살집 가기, 재즈바 가기, 양꼬치집 가기 등등 혼밥으로는 거의 도가 텄기 때문에 가고 싶은 곳에 간다. 지난 주에는 사무실 옆에 있는 양식집에 방문했다. 샐러드+파스타+스테이크 세트가 런치할인으로 15,000원이라는 소리에 바로 주문을 했다. '에게? 15,000원이 flex?'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평소 6,7천원으로 식사를 하는 내 기준에서는 명백한 플렉스다. 이날은 식사를 하며 유튜브로 무한도전을 봤다. 맛있는 음식과 좋아하는 프로그램, 이 둘이 합쳐지면 그냥 천국이 따로 없다.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사실 재정적인 이유로 자주 하지 못하는 일이긴 하지만, 자주 하지 못해서 이 순간이 더 소중하고 행복한 것 같다.




| 산책하며 꽃 구경 


나는 보통 산책을 할 때 음악을 듣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하는데, 이번 봄에는 꽃 구경을 많이 했다. 매년 4월이면 남자친구와 벚꽃놀이를 가고는 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로 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서일까? 평소 눈길을 거의 주지 않았던 길가의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쭈그려 앉아서 2-3분 가량 계속 꽃만 바라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봄꽃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무엇보다 그 어느 색보다 아름다운 건 '자연의 색'이라는 걸 깨달았다. 노란색보다 더 노랗고, 하얀색보다 더 하얗고.. 경이롭기까지 했다. 봐도 무슨 꽃인지는 모르지만 바라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꽃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살짝 살짝 건드려보고 있노라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어느 순간 꽃에 말을 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너는 어쩜 그렇게 예뻐?' '정신없는 도시 한모퉁이에서 여유롭게 자신을 뽐내고 있구나? 나도 너처럼 되고 싶어' 어르신들이 꽃 사진을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러고 있다. 이 예쁜 꽃들을 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이라는 마음으로. 아래에 내가 올봄에 찍은 꽃 사진 중 몇가지를 공유하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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