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34
어느덧 6월이 된 요즘.
올해 6월은 나에게 정리하는 달이었다. 3월부터 일하고 있었던 디지털 튜터가 6월 초에 끝나기 때문이다.
또, 6월에는 가족여행이 잡혀 있어서 디지털 튜터 일이 끝나면 임상심리사 2급 실기 시험 준비를 하며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5월에 본 필기시험에 합격해서 이제 실기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난이도가 필기시험보다 꽤 높아서 벌써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세상 일은 늘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그동안 목 빼고 기다려도 오지 않던 상담 일이 갑자기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 확정된 일정들은 아니지만 새로운 제의가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계획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일이 들어오기를 간절히 원할 때는 먼지만 휘날리더니 갑자기 해야 할 일 목록을 꽉꽉 채우고 있다.
심리상담 자격증이 있지만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상담을 쉬고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공백 기간이 있었다.
취업 공고에는 자격증 취득 여부와 석사 학위 여부만 쓰여있더라도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경력이 있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동안 취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경력을 깐깐하게 보지 않는 곳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신혼집으로 이사 갈 동네와 가까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자원 상담사를 뽑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실습생도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라서 왠지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며칠 전 해당 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아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혼집과는 30분 안팎의 거리지만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편도로 1시간 40분은 걸리는 곳이라 망설여지지만, 일주일에 한 번만 가는 것이니 몇 달만 버티면서 경력을 쌓자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하나 좋은 소식이 있는데 지난번에 친구 회사에서 진행하는 심리상담 연구 과제가 드디어 시작할 기미를 보였다.
가족여행 일정 때문에 6월의 한 주는 상담을 건너뛰어야 할 것 같아 미리 센터에 알렸고, 내담자가 괜찮다고 하면 다음 주부터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평일에 할 일이 두 개 생겼다면, 주말에도 할 일이 생겼다.
진전이 없었던 쉬는청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7월부터 12월까지 집에서 나오기 힘들어하는 쉬는 청년들의 부모님들을 만나 자조 모임, 워크샵 등을 열기로 했다.
이외에도 프리랜서 기업상담을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붙을지 안 붙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붙는다면 평일 3~4일은 상담을 하고 주말에는 격주로 쉬는청년 프로젝트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사실 디지털 튜터 일이 끝나면 소득이 없어져서 조금 불안해졌었는데 그걸 알고 일이 이렇게 밀려 들어오나.
뭔가 할 일이 생겨서 기쁘면서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지레 겁을 먹게 된다.
특히 상담을 다시 시작한다는 게 설레면서도 참 긴장이 된다.
아무래도 내가 한 사람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에 더 긴장이 되는 것 같다.
대학원생일 때 상담을 할 때는 정말 상담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긴장이 되었는데, 긴장이 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이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자꾸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타이밍에 이 말을 해야 효과가 좋은 상담이 될 거라는 압박감이 들어서였는데, 그럴수록 내담자가 하는 말의 핵심이 잘 들리지 않았다.
상담이 끝난 후 복습하면서 놓친 핵심들을 안타까워한 경험을 미리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담자의 말을 좀 더 집중해서 듣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이 일들을 모두 진행하면서 그림 그리는 일도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상담은 상담을 하는 시간 외에도 상담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실제 상담 시간의 2-3배의 시간과 에너지가 들곤 한다.
그럼 평일에 시간이 거의 없을 텐데 프리랜서 기업상담은 지원하지 말아야 하나 싶으면서도 만약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은 경력이 될 것 같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연구 과제 일은 올 10월에, 자원봉사 일은 올 12월에 끝나지만, 프리랜서 기업상담은 그거보다 더 긴 계약기간이 될 것 같아서다.
또 언제 다시 취직이 될지 모르는데 할 수 있는 건 붙잡아야 하지 않을까.
이래서 프리랜서로 사는 분들이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바빠졌다고 하는 걸까 싶다.
아직은 날 찾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누가 날 찾아준다면 감사히 여기며 넙죽 제의를 받고 있다.
일이 많아지고 있어서 시간/계획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내가 잘 못하는 것 중 하나여서 큰일이다.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는데 뭔가를 까먹거나 하는 일이 종종 생기는데, 그래도 중요한 데드라인은 잊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올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더 바쁘게 보낼 것 같으니 열심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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