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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커리어 혼란기

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44

by 일라

어느덧 회사를 다닌 지 한 달이 지났다.

입사일로부터 한 달이 지나 월차가 하루 생겼고, 요즘 결혼준비와 이사, 세컨드잡, 집안일을 한꺼번에 하느라 컨디션이 바닥난 나를 위해 처음 생긴 월차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하루 쓰기로 결정했다.


회사를 한 달 정도 다녀보니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여기 일이 정말 재미없다는 거다.

얼마나 재미없냐면 일이 하나 끝나고 나면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고 보람을 1그램도 찾을 수가 없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한 정부기관의 산하 기관으로, 해당 정부기관이 일을 시키면 군말 없이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렇다 보니 실무 경험이 부족한 정부기관 담당자가 깊게 고려하지 않고 일을 시키면 실무를 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파진다.

요구사항은 왜 이렇게 많고 기한은 또 왜 이렇게 촉박하게 주는지,

정부기관이 바빠지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온 회사 사람들이 밀려오는 일을 처내느라 고생하고 있다.


재미없는 일을 이어나가다 보니 내 커리어와 직업 가치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거에 직업 성향 검사 같은 걸 했을 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협업보다는 독립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었는데 지금 하는 일과 맞는 부분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참고하려니 하루하루가 회색빛이다.

창의력은커녕 개인적인 의견을 낼 기회도 거의 없다. 설령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한 프로젝트에 관련된 기관이 한두 곳이 아니다 보니 일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 같아 의견을 내고 싶지도 않다.

같은 팀원들에게 말하니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고, 몇 달 후면 계약 종료니 참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입사한 지 얼마 안돼서 연말에 계약 연장 제의가 들어올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들어와도 단칼에 거절할 의향이 가득하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회사를 다니다 보니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심리상담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는데 상담과 아예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둘 사이의 거리가 꽤 먼 일을 하고 있는 게 잘 한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지나 보면 다양하게 시도했던 일들이 다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던데, 아직 그 미래가 오지 않아 의구심만 자라나고 있다.


하고 싶어 했던 상담 일도, 진행하고 있던 캐릭터 사업 일도 신경을 많이 못 쓰니 더디게 진행되거나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

그걸 지켜보자니 '내가 하려고 했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씁쓸해졌고, 이대로 캐릭터 사업 일을 접게 되거나 앞으로도 상담사 일을 구하지 못하게 될까 봐 조바심이 났다.


일주일 전쯤에는 여러 일이 겹치는 바람에 체력이 바닥나버려 이 재미없음과 허탈함을 버틸 힘이 부족해져 퇴사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새로운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을 테고 욕을 한 바가지 먹고 나갈 게 예상돼서 그냥 12월까지만 더 버텨보기로 했다.

상담사로 언제 채용될지도 모르고 또 채용된다고 해도 교육비로 상당한 돈이 나갈 거 기 때문에, 그걸 위해 돈을 벌어둔다고 생각하려 한다.


이미 시작한 일, 잘 안되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도록 노력해 봐야지.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하는 강아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www.instagram.com/illam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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