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46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리고 진정한 유부가 되었다.
신혼집으로 이사하는 첫날, 유부초밥을 먹으며 진정한 유부의 서막을 열고 싶었는데 남편이 유부초밥을 싫어해서 아쉽게도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주변에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그들의 기대에 부흥하고 싶지만 아직은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미혼이었을 때와 큰 차이는 없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내 편인 사람과 늘 함께 한다는 사실이 마음의 안정감을 준다.
어쩌면 이 안정감이 큰 차이일수도 있겠다.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본 질문 중 하나는 어떻게 그 사람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냐는 질문이었다.
글쎄, 내가 언제 마음을 먹었더라.
곰곰이 생각해 봐도 어느 한순간에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게 아니라, 하루하루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이며 결혼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이 섰던 것 같다.
그래도 이유를 하나 뽑아보자면, 결혼 전 나는 마땅한 정규직 직장이 없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계약직도 없는 가난한 프리랜서 지망생이었다.
물론 지금도 곧 종료를 앞둔 계약직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렇다.
이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남편이 나의 발전 가능성을 믿어준 게 참 고마웠다.
어떻게 불확실한 미래의 나를 지금부터 믿어줄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사실 나도 대학원생인 남편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결혼을 진행했었고 신뢰의 근거는 현재의 남편이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아마 남편도 나의 열심히 살려는 모습에 베팅을 걸었던 게 아닐까.
결혼식날 전까지는 신경 쓸 것들이 많아 매일 뭘 했는지 기억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흘러갔는데, 결혼식이 끝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오고 나니 크게 신경 쓸 일이 사라져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11월까지는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달려야 할 기세다.
11월에는 이전에 하고 있었던 기업 연구과제로부터 상담 케이스가 들어와 상담도 하고, 상담자용 집단상담도 신청해 놔서 2주 정도는 일요일이 삭제될 예정이다.
그림 전시회에 대한 제의가 들어와 11월 말에 전시회에도 참가한다.
전시회에 걸 그림과 굿즈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엽서 한 장밖에 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매우 조급해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제 신혼여행도 다녀왔으니 양가에 한 번씩 방문해야 하는데, 양가의 위치가 우리 집에서 편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곳들이라 아직 가는 날도 아닌데 벌써 두려워진다.
마지막으로 고립청년 부모 자조모임도 아직 참여하고 있고, 또 11월 초에는 내가 워크샵을 리드해야 하는 세션이 있어서 강의 자료와 워크샵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신혼생활을 즐길 여유가 반 정도는 빼앗긴 상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남편이 재택 하는 날에는 같이 저녁을 먹고, 도시락을 싸고 싶은 날에는 바로 다음 날 먹을 점심을 요리한다.
도시락을 싸지 않는 날에는 그림 작업이나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다가 운동 때를 놓쳐 스트레칭만 겨우 하고 잠드는 게 요즘 내 일상이다.
운동해야 하는데라고 말만 하며 너무 피곤한 날에는 은근슬쩍 스트레칭도 건너뛰고 바로 이불 속에 들어가 기절한다.
위에 나열한 일들 외에 나머지 자잘한 일정들까지 포함해서 11월의 5개의 주말 중 3개는 쉴 틈이 없어져, 벌써부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눈물 닦는데만 최소 하루가 걸릴 것 같은데.
심지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11월 중순부터 슬금슬금 바빠질 예정이라 제발 야근만 하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주말에는 남편이랑 같이 데이트도 하고 집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산책도 하고 싶었는데, 데이트는커녕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는지도 확인할 겨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12월에 또 일을 벌이려는 나를 보며 '올해는 참자..'라고 회유하고 있다.
12월에는 제발 휴식이 충만한 한 달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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