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특히 쪄낸 고구마를 좋아해본 적이 없는데, 질척한 식감에 지저분한 껍질이 거슬렸다.듣자니까 고구마가 슈퍼 푸드 하나로 등극을 했다 하고 껍질과 속살 사이에 영양소 또는 맛의 90퍼센트가 있다 하길래 마음이 동했다.오븐에다 구우면 껍질채로 먹을 수도 있을까, 군고구마는 좋아했으니까.
고구마를 길이로 반 갈라서 크기에 따라 길이로 셋 또는 넷으로 등분한다. 자잘한 고구마가 좋다. 큰 녀석들은 속살이 트레이에 닿아서 아까운 시럽이 잘 탄다.
껍질을 아래로 해서 오븐 트레이에 겹치지 않게 펴서 넌다. 온도는 까다롭지 않다. 초기에는 태우기도 했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일과가 끝나고 부엌이 한가한 시간이 좋다. 저녁에 자기 전에 주로 하는데, 베이킹으로 175도에 맞추었다가 30분 정도 지나면 군고구마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면 오븐을 끄고 그대로 둔다. 아침에 일어나서 살펴보고 80도 정도에서 30분 정도 더 하면 된다. 이 정도 하면 시럽이 손에 묻지 않고, 껍질째로 다 먹을 수 있고, 냉장 보관하면 된다.
친구에게 설명을 했더니 다른 작품이 나왔다. 처음부터 90도에 넣고 뜨겁다 싶을 때 70도로 내려서 서너 시간 했다고. 그 녀석들은 냉장이 아닌 냉동실에 있었다. 바로 꺼내 먹는 맛도 괜찮았다. 내가 굵고 짧게, 남은 잔열을 이용했다면 그 친구는 가늘고 길게 했다는 차이였다. 한마디로 왕도는 없다, 이다.
혼자만 먹던 고매 말랭이를 요즘은 작은애 도시락으로 만들고 있다. 작년에 배탈이 났는데 생과일은 피하고, 조리된 익힌 음식만 먹으라는 처방 이후부터이다.
1킬로 정도를 구우면 3분의 1 정도로 쪼그라드는데 도시락 세 번 정도 할 수 있다. 자주 만드는 덕분에 더 많이 먹게 되는데 달달하고 쫀득쫀득한 식감이 중독성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