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다.
우리는 어두움을 두려워한다. 어두움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을 어려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둘의 맥락적 공통점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보이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머물러 있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어둠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언가를 발견(發見)해 내는 것이다. 발견이라는 것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보이진 않지만 이미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 단순히 어둠은 빛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아직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가능성의 공간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밤하늘에 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려면 장소를 옮겨야 한다. 빛을 보기 위해서 더 깊은 어두움이 장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지하기 위해서는 어둠을 더 깊이 탐색해야 한다. 그래야만 빛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치 밤하늘의 별을 찾듯이 말이다.
기회의 최종적인 목표는 무언가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기획이란 아직 존재하지 않은 생각을 현실로 옮기는 작업이다. 시장에 없던 제품을 기획하거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일은 마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헤쳐가며 길을 찾는 과정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발 한발 헤쳐가며 조금씩 보이는 단서들을 모아가며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 그것이 곧 기획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의 대한 해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안다며 기획을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
무언가도 보이고(발견發見) 뭘 해야 할지(개발開發) 알고 있다면 즉 무언가를 열거나 찾아낼 수 있는 방법론은 찾았다면 이제는 맥락 속에서 두 번째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맥락이라는 다소 위치적인 의미를 가지고 그 속에 숨어있는 정보를 찾아내야 한다.
출처: Pexels.comⓒ2018 Francesco Ungaro
맥락이라는 이름하에 벌어지는 일들
앞서 부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어둡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무無) 게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아직 인식하지 못한 수많은 정보가 가득한 공간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공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맥락(Context)이라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밤하늘을 별을 다시 얘기해 보자. 밤하늘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저 어둠의 공간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별들의 자리(위치)가 있다고 우리가 인식할 때 비로소 우주에 대한 지도가 있음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밝기 빛나면 "비교적 가깝겠구나", 빛이 작으면 "멀리 있는 별이겠구나".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게 된다. 정보가 인식되는 순간이다.
기획도 동일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기획 역시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는 작업이다. 단순한 아이디어 발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려면 맥락에 대한 정보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현재 상황에 대한 맥락적 정보 즉 현재 시장에 대한 요구, 가용한 기술, 고객의 요구사항, 그리고 트렌드라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맥락 속에서 기획에서 발현된 아이디어는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기획은 맥락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가치를 실현해 가는 지난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디어와 맥락을 연결하는 능력이 바로 기획이라는 작업이다.
어둠과 기획은 단순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발견하고 실현해 내는 과정이라는 데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한다. 미지의 공간인 어둠, 즉 아직 보지 못했거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존재하는 세계이듯, 기획도 아직 실현되지 못한 생각을 탐색하고 가능성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둠과 기획의 공통점은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련의 행위들의 집합체다. 맥락(Context)의 핵심적인 역할은 "찾아서 연결한다"라고 생각한다. 어둠 속의 별들도 우연히 흩어진 점들의 연결이 아니라는 것을 찾아냈고 그것들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별자리라는 의미로 연결한 것이다. 기획 속의 아이디어도 시장 현황, 사회적 트렌드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의미를 찾아냈고 그것들은 고객수용 가치로 연결한 것이다.
결국, 기획이란 어둠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맥락은 그 여정 속에서 길을 밝혀주는 빛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아서 가치로 연결해 주는 일,
그 일을 바로 기획자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