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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통한 생각전달

말을 하는 이유

by 닥터브룩스 Mar 31. 2025
개념적인 은유 이론은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 에게서 나온 언어와 사고에 관한 폭넓은 이론이다. 한 가지 기본 개념을 소개하자면, 우리는 무언가를 생각해 세계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는데, 이 개념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말하는 방식에 대응한다. 언어가 사고를 지시한다기보다는 언어와 사고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언어는 우리가 무언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준다. 
출처: 인지심리학, 존 폴 민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각을 한다. 잠을 잘 때를 제외하면, 사람은 끊임없이 시각을 통해 정보를 입력하고 그 정보의 유용성을 판단하며, 이를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진행된다.


존 폴 민다의 『인지심리학』에서는

“인지와 사고를 정보의 ‘흐름’으로 여기고 논한다. 우리는 흔히 ‘의식의 흐름’, ‘근심의 물결’, ‘깊은 생각’, ‘얕은 생각’, ‘표면에 떠오르는 생각’, 옛 친구를 만날 때 ‘밀려오는 추억’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표현은 모두 사고와 뇌 기능이 뇌 안의 특정 메커니즘에 의해 조절된다는 개념적 은유에서 비롯되었다”

라고 설명한다. 이는 혈관을 통해 피가 순환하며 신체에 활력을 공급하는 것과 유사하게, 사고도 뇌 내에서 지속적인 흐름을 통해 구성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비유는 고대 그리스의 체액설(히포크라테스 학파에서 정리하고 갈레노스에 의해 체계화되어 중세까지 서양 의학계를 지배했던 생리학 가설) 에서 사고가 체액의 흐름과 연결된다는 관념과 역사적 맥락을 공유한다.


그러나 우리는 시각적으로 접하는 모든 정보를 완전히 기억하지는 않는다. 무의식적인 시선을 통해 얻어진 정보는 뇌의 어딘가에 저장되며, 필요할 때 떠오르기도 한다. 뇌의 해마(hippocampus)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며, 측두엽(temporal lobe)은 청각 정보를 처리하고 언어 이해와 기억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두엽(frontal lobe)은 의사결정과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여 정보의 선별과 활용을 조절한다. 구체적으로,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작업 기억(working memory)과 계획 수립을 관리하고, 편도체(amygdala)는 감정적 사건을 기억에 강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길에서 본 광고 문구, 친구와의 대화 중 들은 조언, 혹은 우연히 들은 라디오 방송 내용이 무의식 속에 저장되었다가 나중에 떠오를 수 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흔히 TV 뉴스를 스쳐 지나가듯 보았을 때, 처음에는 내용을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누군가와의 대화 중 해당 뉴스가 떠올리곤 한다. 또 다른 예로는 버스 정류장에서 본 영화 포스터가 영화관에서 떠오르는 경우, 혹은 카페에서 들은 대화가 나중에 관련 주제로 이야기할 때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주로 해마와 측두엽의 협력 과정에서 발생하며, 보다 명확히 기억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직접 검색해 보거나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이 수반될 때, 해당 정보는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해마가 제 역할을 하는) 되며, 이를 통해 개인의 확실한 지식으로 정착되는데 뉴스를 검색하거나, 강의 중 들은 개념을 노트에 정리하거나, 친구가 추천한 책을 찾아 읽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출처: Pexels.comⓒ2017 meo 


우리가 말을 하는 이유는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냥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이는 늘 하던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식 없이 행해지는 반사적인 행동에 가깝다. 하지만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생각이나 의견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도구다. 생각은 무형이고 소리 역시 무형이지만, 생각은 인식할 수 없는 반면, 소리는 인식할 수 있다.(생각을 인식한다면 그건…텔레파시(?)  따라서 우리는 언어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전달된 소리는 청각을 통해 측두엽으로 입력되고 처리된다. 특히 주의 깊게 들은 정보는 해마와 전전두엽의 작용으로 보다 쉽게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경과학 연구에서 주의(attention)가 기억 인코딩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뒷받침된다(출처: Kandel). 예를 들어 강의 중 집중해서 들은 내용, 친구와의 진지한 대화, 혹은 회의에서 들은 중요한 지시 사항(!)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화는 단순한 말의 교환이 아니라, 상대방의 정보를 내 머릿속에 저장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언어는 문법 체계를 갖춘 문장 형태로 전달되며, 사람마다 언어의 숙련도와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수준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전문 용어를 자주 쓰는 사람과의 대화가 어려울 수 있고, 서로 관심사가 달라 공통 주제를 찾기 힘든 경우, 혹은 말하는 속도와 어휘 선택의 차이로 이해가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우리는 종종 “저 사람과는 대화가 어렵다”라고 느끼게 된다. 이는 서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거나, 대화의 공통된 중첩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언어는 단방향이 아닌 쌍방향 소통의 역할을 한다.

즉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해하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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