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개인은 유연 조직은 경직
일반화를 하는 것은 아니나 한국인인 나의 입장에서 개인은 변화에 대한 적응이 매우 빠르다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반응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그 힘으로 1년이 다르고 2년이 다르다 만 4년 햇수로 5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다른 세상처럼 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바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회사는 변하지 않았다 회사들은 변화하는 속도만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코로나 이전부터 유연근무나 재택을 실시했었다. 재택이나 유연근무를 코로나 이전부터 했었기 때문인지 코로나 구간에 회사에서 큰 문제가 없었다. 원래부터 재택을 하면서 슬랙으로 파일을 주고받고 화상으로 면접도 보고 이런 생활들이 자연스럽다는 거다. 일반화의 오류인지 모르지만 대기업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재택을 실시하는 회사를 나는 거의 본 적이 없다. 회사의 중역들이 50-60대이기 때문인지 대부분은 4단계가 되어도 소통을 이유로 재택을 하지 않은 것을 보았다. 나는 개인적인 사유로 요새는 프리랜서를 하며 살고 있지만 회사를 고려하기 힘든 지점 중에 하나는 이런 조직의 경직성이다.
나는 디자이너지만 개인투자자로서 다양한 투자 관련 공부를 하다 보면 뉴 노멀 시대가 되면 기업들은 재택이 익숙해서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한국은 제외한 서구권을 두고 하는 말인 것처럼 낯설다. 나의 업무는 프리랜서를 하나 회사를 다니나 해외에서 일하나 일을 내용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언제까지 끝내는 것이 중요한 업무이고 특정시간대에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이유로 출근을 요구하는 회사가 절대다수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특히 회사라는 조직이 소통을 이유로 들 때 가끔 쓴웃음이 지어진다. 냉정하게 말하여 한국에서 정녕 직원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되는가? 소통면에서는 해외조직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한다. 해외도 해고도 있고 돈 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은 같다고 해도 겉으로만 그럴지언정 시스템만 그럴지언정 소통을 기본으로 두고 있다. 다양하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고 제기능을 발휘하는 HR이 있다. 한국의 회사는 요새는 해외의 유연성을 따라 한다고 직급도 없애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고(솔직히 이건 난 정말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영어 이름이 뭔 소용인가? 난 스웨덴에서 내 한국 이름 석자를 사용했었다 솔직히 이것도 말하자면 되게 없어 보이는 사대주의라고 생각한다 서구권에서 영어식 이름을 쓰는 외국인은 중국, 한국 정도밖에 없다 대부분은 아시아 한정이다 심지어 아시아에서 일본인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발음을 이유도 들기에는 다른 더 어려운 이름들도 잘만 쓰고 있다) 중요한 것에는 초점 없이 진행한다. 과연 이름과 직급 이름을 없앤다고 한국의 유연성이 늘 것이라 생각하는가?
직급을 없애도 한국의 존댓말과 반말이 존대하며 상하 불복이 존재하는 한 소통의 유연성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에서 유연성을 높이려면 나는 대면 업무를 줄여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회식이나 업무시스템 등이 직급을 없애도 대면이 되면 결국은 상하가 생긴다. 뼛속 깊은 군대문화는 회사에도 넓게 퍼져 계급을 없애도 계급을 만드려고 하고 면대면으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면을 없어도 보고체계를 간소화하고 본부장이 내려온다고 청소를 하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은 한 조직은 늘 경직될 것이다. 스웨덴에서 지사를 두고 있는 몇몇 한국 회사들도 본사의 보스가 오면 갑자기 청소를 하고 없던 업무를 만들고 수행원이 붙어서 쓸데없는 일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한국 회사를 다니는 스웨디시에게 들은 적이 있다 한국만의 아주 특수한 문화다 스웨덴도 직급체계도 상하관계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실 예로 스웨덴에서 애프터 디너에서 의자가 모자라 늦게 온 사람들은 서있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CEO였던 스테판은 비교적 늦게 내려와 자리가 없었는데 아무도 스테판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앉으라는 사람은 없었다 스테판뿐 아니라 창업주인 빅터나 미켈이 와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아마도 회장님이 내려왔는데 모두 의자에 앉아만 있었다면 다음날 회사 분위기는 안 봐도 비디오다 아마도 임원진들은 팀장급을 팀장급들은 과장대리급을 대리나과장은 사원급을 속된 말로 “조져”놓을 것이다. 그리고 더 경색된 분위기의 룰이 생길 거다 말하자면 앞으로 출근은 8시 40분까지 와서 업무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던지처럼 사실은 굉장히 불합리하고 앞뒤가 맞지 않은 룰이지만(업무 준비도 업무의 한 부분이다 아니라고 한다면 5시 50분에 퇴근 준비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화풀이성 업무가 추가된다
뿐만 아니라 근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 역시 한국에서만 들었다. 해외에선 출근시간보다 퇴근시간에 다들 더 예민했었다 아침은 대부분은 유연근무제로 7시와 9시 중 선택할 수 있고 퇴근은 일찍 온 사람은 일찍 온 만큼 퇴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다들 없었다 일은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과정은 타인의 선택이고 존중이었다. 업무 방식에 대한 변화와 스타일을 타인을 인정하는 방식이 아닌 맞다 틀리다로 점철된다 내가 아주 어렸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 한국 회사를 다닐 때 경험 중 하나 인대 평면도를 그리는 일을 하는데 나는 손 스케치를 안 하고 바로 캐드를 했다가 혼이 났던 적이 있다. 혼이 난 이유는 트레싱지에 스케치를 안 해보고 어떻게 바로 캐드로 그릴 수 있냐는 거다. 나는 그게 더 편하다고 했지만 나의 상사는 그렇게 하면 창의력이 안 생긴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어떻게 머리 있는 걸 컴퓨터로 바로 옮기냐 손으로 그리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혼이 나고 손으로 그리니 나의 손은 아무리 스케일자를 사용해도 캐드만큼 정확한 수치로 그릴 수 없기에 내 스케치에 맞는 레이아웃은 쓸 수 없고 실제 크게 맞게 다시 상황에 맞춰야 하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되었다 내 입장에선 머릿속에 있는 창의성이 샘솟기는커녕 그냥 일을 두 번 만드는 일이 되었다. 캐드뿐 아니라 3d 역시 손 스케치 없이 바로 스케치업으로 그려보다가 같은 소리를 다른 상사에게 들었다. 그때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은 손으로 제도를 하다가 캐드나 3d로 넘어온 세대였고 세상에 변화를 받아 들 일 수 없는 사람들은 그들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 역시도 나의 많은 부사수들에게 그런 것을 강요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재밌는 사실은 개인 대 개인으로 보면 유행에도 더 민감한 것은 한국이 더 심하다. 많은 가게들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철마다 달마다 필요한 물건도 유행도 스웨덴 사람들에 비하면 훨씬 빠르다.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의 변화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심지어 계절감을 느끼는 변화의 탓 인지 유행도 한국처럼 심하게 민감 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인테리어도 옷도 스웨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그 정서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을 선호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사실이다 조직과 개인이 이렇게나 반대로 흐르다는 점이 참 신기했다 스웨덴에서도 한류가 꽤 유행을 했다. 나는 한국 문화가 이렇게 인기를 많은 원동력은 변화에 유행에 민감한 개인들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하는데 가끔은 이렇게 경직된 조직이 아직도 많은데 그 인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능동적인 사회일수록 계속 발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인만큼 한국의 조직도 좀 더 유연화된다면 좋겠다 조직에서 유연한 사고를 하라고 강요하지만 한 번쯤 본인(조직)을 돌아보는 게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