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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부장 Aug 02. 2023

출간 후 새 글을 못 쓰고 있다

출간 후 새 글을 못 쓰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서평에 댓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 작업도 글쓰기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했으니 또 하나의 글쓰기라 해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후기 글솜씨들이 너무 훌륭하여 감사하다는 단문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긴 댓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랐다. 나의 캐릭터와 문체를 완전히 분석하여 나보다 더 정확하게 나를 진단하는 서평이 있다. 책의 주제와 요약글은 마치 내가 쓴 거로 착각할 정도였다. 책을 읽으며 작가를 파악하게 되듯, 서평 내에 꼽은 문장을 보면 읽은 이의 성향이나 경험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가 있었다. 후기 한 문장 한 문장에 대하여 답변하다 보니 마치 대화하는 것 같았다. 소통한 셈이다. 


한 줄 평을 옮겨 모아 적어놓았고 서평마다 꼽은 문장들을 취합하여 랭킹을 메기고도 있다. 그래, 내가 이런 문장을 쓰다니 하며 나를 대견해하는 중이다. 다음이 궁금하다거나 나의 이야기에 위로와 힐링이 되었다는 후기에 혼자 우쭐대는 요즘의 밤이다. 


동시에, 아마 앞으로 이 책 보다 더 좋게는 못 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침 배회하던 우주의 한 은혜로움이 그때 우연히 나한테 쏟아졌으리라. 내 역량을 넘어선 책이란 생각을 한다. 그러니 글이 이제 늘 리가 있나. 또 얼마큼을 많이 써야 글이 늘까. 어쩌면 그래서 지금 새 글을 한 문장도 못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글 좀 안 써지면 어때? 글 좀 안 쓰면 또 어때? 이 책 한 권이 시작일지 시작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글은 계속 쓸 생각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스트레스는 안 받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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