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멀리 가지 않기로 했다 #6
하지만, 나는 요즘 동네책방을 찾는다. 조금 멀어도, 책이 적어도, 불편해도, 거기엔 대형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동네 책방 사장님들은 대부분 책방이 본업이 아니다.
다른 일을 하다가, 혹은 은퇴 후에, 또는 삶의 전환점에서 책방을 연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책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그래서 동네 책방은 각자의 색깔이 뚜렷하다.
어떤 책방은 빈티지 소품으로 가득하다. 오래된 타자기, 낡은 턴 테이블, 골동품 램프, 책장 사이사이에 주인의 취향이 배어있다. 어떤 책방은 미니멀하다. 하얀 벽에 원목책장, 초록 식물 몇 그루, 책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 어떤 책방은 카페 같다. 커피 향이 가득하고,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창가에는 햇살이 들어온다
대형서점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들.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들.
동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북토크가 열린다. 작가를 초대하거나, 특정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많아야 스무 명 남짓한 작은 모임.
하지만 그 작은 공간에서 깊은 대화가 오간다. 독서모임도 있다. 한 달에 한번,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연말에는 '올해의 책'을 정하기도 하고, 서로 책을 추천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용기가 나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책방 게시판에 붙은 모임 공지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도....'
동네 책방은 원칙적으로 반려견을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탄이처럼 조용한 아이는 눈 감아주는 분위기다. 사장님이 먼저 물어본다.
"강아지 순해요?"
"네, 짖지 않고 얌잖해요"
"그럼 괜찮아요. 조용히만 있으면요."
탄이는 내 옆 의자 가방 속에 혹은 개모차에 앉아 나를 쳐다본다. 가끔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소리 내지 않는다. 나는 책을 고르고, 탄이를 기다린다. 대형서점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지만, 동네책방은 다르다. 규칙보다 사람을, 아니 "생명"을 먼저 본다.
동네책방의 가장 큰 매력은 '앉아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서점에도 의자가 있다. 하지만 늘 사람이 많고, 시끄럽고, 오래 앉아 있기 불편하다. 눈치가 보인다.
동네 책방은 다르다. 커피나 음료를 주문하면, 그 공간은 내 것이 된다.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도 괜찮다. 사장님이 권한다.
"천천히 읽으세요."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책을 펼친다. 집처럼 편안하다. 아니, 집 보다 더 집중이 잘 된다. 책만 읽으면 되는 공간이니까. 가끔 다른 독서가와 눈이 마주친다. 서로 미소 짓는다. 무슨 책 읽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짧은 대화가 오가고, 때로는 책 추천으로 이어진다.
"그거 재밌어요, 저도 읽었는데..."
"아, 그럼 이것도 읽어보세요. 비슷한 느낌이에요."
이런 우연한 만남이 동네책방의 또 다른 매력이다.
동네 책방에는 특별한 책들이 있다.
독립출판물,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 사회의 문제적 분야를 다루는 책들.
대형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밀려 구석에 놓이거나, 아예 들여놓지 않는 책들. 나는 그렇게 처음 접하는 책들을 발견한다. 평소에는 관심 없던 분야의 책도 손에 들게 된다. 사장님이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궁금해서. 옛날 추억의 책들도 있다. 절판됐다고 생각한 책이 책장 한 구석에 꽂혀있다.
"어 이 책 꼭 읽어보세요"라는 메모와 함께. 사장님의 큐레이션이 책장 곳곳에 숨어있다.
나는 그렇게 처음 접하는 책들을 발견한다. 평소에는 관심 없던 분야의 책도 손에 들게 된다. 사장님이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궁금해서. 옛날 추억의 책들도 있다. 절판됐다고 생각한 책이 책장 한 구석에 꽂혀있다.
"어, 이 책!" 반가움에 책을 꺼내 본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진다.
동네 책방은 그렇게 신상에 중고책까지 다양한 주인장의 취향을 읽을 수 있다.
일본의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인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야키'의 책을 처음 읽으며 나도 나중엔 이런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곳도 동네 작은 서점이었다.
동네 책방은 집에서 가깝지 않다.
사라진 책방이 근래 들어 조금씩 생겨나는 느낌이다. 책과 함께 커피를 품고..
대형서점처럼 역 앞에, 백화점 안에 있지 않다. 골목 안쪽, 2층 건물, 주택가 한가운데, 찾아가려면 조금 더 걸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간다. 가끔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탄이와 함께, 또는 혼자.
책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 고요하고, 따뜻하고, 책 냄새가 가득한 공간. 사장님이 웃으며 인사한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뭐 찾으세요?"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커피 드릴까요?"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
대형 서점에서는 목적을 갖고 간다.
"이 책을 사야지. " "베스트셀러 코너를 둘러봐야지."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빠르게 결제하고, 나온다.
동네책방에서는 그냥 머문다.
목적 없이 책장을 훑는다. 관심 없던 분야의 책도 한 번쯤 들여다본다. 표지가 예쁜 책, 제목이 궁금한 책, 사장님이 추천한 책, 하나하나 살펴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한다.
"내가 이런 책을 읽게 될 줄이야."
"이런 분야도 재밌네."
여유가 만드는 발견. 효율을 버렸을 때 얻는 것들.
동네 책방이 있는 동네는 다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이야기를 나누는 곳.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사는 곳.
나는 동네책방을 갈 때마다 생각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곳.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사는 곳. 나는 동네책방을 갈 때마다 생각한다. 이 동네에 살고 싶다고. 집 근처에 이런 책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조금 멀어도 괜찮다. 가끔 찾아가는 특별한 장소로 남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오늘도 나는 동네 책방으로 간다. 탄이와 함께, 커피 한 잔과 오후의 여유를 가지러.
멀리 갈 필요 없다. 동네 책방이면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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