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에 답이 있다. 2편

아동기 부정 경험에서 파생된 핵심 신념 유연하게 만들기

by 다현
당연히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상황을 보고도 서로 다른 생각과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예를 들어 출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분리수거를 잔뜩 들고 탄 중년의 남자를 보았을 때, A라는 사람은 '자상한 남편이네'라고 생각하며 흐뭇한 감정을 느끼지만 B라는 사람은 '어이구 남자가 여자 등쌀에 못 이겨 저러고 있구먼 쯧쯧'이라고 '못마땅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C라는 사람은 '나랑 처지가 같군'이라며 동질감에서 오는 '애잔함'을 느낄 수도 있죠. 어째서 같은 상황을 보고도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걸까요?

우리는 그 이유를 앞선 글에서 말했듯이 아동기 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A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거드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을 확률이 높고 B는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습니다. C는 반대로 어머니가 아버지 보다 발언권이 더 강한 가정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이 한 가지 사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내가 어떠한 상황을 보고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은 지금 갑자기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라면 당연히 ~해야 한다'라는 확고한 생각들은 아동기 경험에서 파생된 감정이 적절히 해소되지 못하고 핵심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과거로부터 온 감정 2탄, 핵심 신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신념을 형성하는 방법


아이들은 스펀지와 같아서 어렸을 때 주변 세계, 특히 부모, 교사, 또래로부터 정보를 흡수합니다. 우리는 이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끊임없이 배우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에 의존하여 이해를 형성하게 됩니다

어떤 특정 순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신념이 더욱 강화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너 참 착하구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그들은 "나는 착하다"는 믿음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너는 제대로 일을 한 적이 없어"라는 비판을 듣고 자랐다면 "난 항상 부족해"라는 믿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죠.


이런 경험에서 파생된 강한 감정은 신념을 굳게 만들고 나의 자아를 형성합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이 연결고리를 굉장히 잘 표현했는데, 주인공 라일리가 사춘기 전까지 '난 좋은 아이야'라는 믿음을 갖고 성장하다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환경과 감정들이 라일리에게 찾아옵니다. 바뀐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이전 신념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난 부족해'라는 반대의 자아가 생겨버립니다. 기쁨, 두려움, 슬픔, 분노 등의 강렬한 감정은 특정 경험을 더욱 기억에 오래 남도록 하고 더욱 영향력 있게 만듭니다. 그 믿음은 어떠한 상황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한다"라든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라는 나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만약 평상시에 내가 "당연히, 무조건, 절대로"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면 확고한 신념이 매우 강하게 내 삶에 스며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신념이 때로는 관계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불필요한 감정들을 유발하며, 내 삶을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정당화된 신념의 예

* 긍정적인 신념 : 자신의 노력을 칭찬하는 지지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성취에서 성공의 증거를 보았기 때문에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라는 믿음을 키울 수 있습니다.

* 부정적 신념 : 반면 자주 꾸중을 듣거나 무시당하며 자란 아이는 타인의 지적 자체를 내 능력에 대한 평가로 해석하기 때문에 "나는 역시 제대로 하는 게 없어"라며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반대로 "네가 뭔데 나를 평가해?"라는 강한 방어의 자세로 맞설 수 있습니다.




나의 신념이 "정당하다"라고 느껴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우리의 뇌는 익숙한 패턴을 찾기 때문입니다. 뇌는 세상을 이해하기를 원하므로 과거 경험을 사용하여 미래를 예측합니다. 비록 그것이 나만의 오해에 기초한 것일지라도 나의 신념이 꽤나 정당하고 논리적이라고 느껴지게 만듭니다. 확증 편향이 시작되는 것이죠. 확증 편향이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정을 강화하는 정보만을 선호하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폄하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확증편향의 몇 가지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뉴스 소비의 편향

정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견해를 지지하는 뉴스 채널만 시청하고, 반대 입장의 채널은 의도적으로 피하거나 신뢰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수 성향의 사람은 보수적인 관점을 가진 언론 매체만 읽고, 진보적인 매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왜곡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건강 관련 정보의 편향

특정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 사람은 이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나 블로그 글만 읽고, 반대되는 연구나 자료는 무시합니다. 예를 들어 채식이 건강에 좋다고 믿는 사람은 채식의 이점만 강조하는 자료를 소비하고, 육식도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연구를 무시하거나 부정할 수 있습니다.


3. 투자 결정의 편향

투자자가 특정 주식이 유망하다고 믿으면, 해당 주식의 장점을 부각하는 기사나 데이터를 찾아보고 투자 위험성이나 부정적인 정보는 외면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테크 산업에 대한 열정이 있는 투자자는 테크 주식의 성공 사례만 연구하고, 실패 사례는 간과합니다.


4. 인간관계에서의 편향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때, 그 사람의 행동 중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기인한 것에만 주목한다. 예를 들어 A를 싫어하는 사람은 A의 작은 실수에도 "역시 그 사람은 무책임해"라고 생각하며, 만약 A가 좋은 일을 해도 "저거 다 보여주기 식이야"라며 무시합니다.


5. 스포츠 팬의 편향

특정 팀의 팬은 심판이 자기 팀에게 불리하게 판정했다고 믿거나, 반대 팀이 유리하게 판정받은 사례만 기억하기도 합니다. "우리 팀은 항상 억울하게 진다"며 객관적 경기 데이터를 무시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확증편향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균형 잡힌 관점을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탐색하고, 객관적 증거를 분석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어서 확고한 신념을 유연하게 만드는 훈련 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핵심 신념을 유연하게 만드는 2단계 훈련


*1단계 : '당연히' -> '가능하면'으로 바꾼다.

ex) 여자는 당연히 ( 꾸며야 )한다.

-> 여자는 가능하면 꾸며야 한다.


* 2단계 : '~해야 한다' -> '좋겠다'로 바꾼다.

ex) 여자는 가능하면 ( 꾸며야 ) 한다.

-> 여자는 가능하면 꾸몄으면 좋겠다.




위의 방법을 잘 활용하여 나만의 확고한 신념들을 "당연히 ~해야 한다"에서 "가능하면 ~하면 좋겠다"로 유연하게 만든다면 삶이 훨씬 편안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타인과의 대화에서도 적용시키면 관계를 보다 부드럽게 만드는 강력한 문장이 될 수 있습니다. 유연함은 다른 사람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새로운 해결책을 찾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또한 불필요하게 유발되는 감정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열린 마음까지 더해진다면, 앞으로 마주할 다양한 도전들도 자신을 믿고 용기 있게 마주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일상에서 무심코 떠올리는 나의 생각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한번 더 돌아보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면서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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